마침내, 괴물을 보다.
- Posted at 2006/07/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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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버트
1.4.2
괴물 2006
괴물. 영화는 이렇듯 개봉도 하기 전에 나 같은 - 영화로 시간 때움을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무리 -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그 첨병 노릇을 마다하지 않은 언론들의 찌라시 기사에 현혹하지 않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하는 이야기다.
뭐 아무러면 어떤가. 아무튼, 이 영화는 몹시 재밌다! 스릴러라면 스릴러다, 환경 영화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족영화라 칭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도 근접해있다. 이것저것 꿰어 맞추어도 앞뒤가 통한다는 이야기다. 옷걸이가 좋은 사람은 늘 멋있게 보이듯, 영화의 골격이 빼어나니까 아무거나 가져다 붙여도 죄다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영화의 골격이 튼튼해 어디하나 소홀한데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감독 자신이 VFX 때문에 실의에 빠졌었다는 소회가 허투로 와 닿지 않는다. 괴물의 디자인이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괴 생명체의 분위기보다 획기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하수구에서나 살 만한 외모를 보여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40억이나 들었다는 (제작비의 40퍼센트라며?) 녀석의 낯짝이 밤이 아닌 환한 시간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획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했다.
이것은 괴물 VFX 대국인 미국에서조차 오래된 헐리우드 영화인 불가사리(Tremors, 1990)에서 밖에 다루지 못했던 어렵고도 과감한 시퀸스가 아니던가? 백주에 괴물이 활개를 치는 모습이라니. 예상밖이었다. 주로 캄캄한 밤에 그것도 캄캄한 하수구 속에서의 활약을 예상했던 나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충격은 비교적 말끔한 녀석의 최후를 볼 때 절정에 이른다!)
배우들의 호연, 호연이라고? 과연. 떠들석한 잔치엔 먹을 것도 많았다. 지금도 둔치에 나가면 금방이라도 마른 오징어를 구워 낼 법한 캐릭터의 변희봉! 이른 바, 지들이 저지른 잘못을 숨기려는 양키들의 호들갑스러운 바이러스 관련 헛소동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힘 없고 빽 없는 도시빈민의 전형을 제대로 그려낸 송강호, 학교다닐 때 다소 양심에 가책을 받으며 실재하지 않은 적에게 던졌던 화염병을 좀 더 구체적인 대상에게 투척하는 쾌감을 잘 그려낸 박해일, 뚜렷한 목표없이 화살을 날리는 직업을 가졌던 평범한 아가씨가 수원시청이 아닌 가족을 대표해 실제로 활이 어떠한 목표를 응징할 때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애용했었나를 과감하게 보여준 배두나. 그리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괴물과 동거동락을 함께하며 녀석의 무서움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한 신인 고아성. 영화로의 몰입을 이끈 이들 확대가족의 헌신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잃어버린 식구를 애도하기 위해 모인 이들 가족이 합동 분양소에서 댓자로 누워 온몸을 내 던지는 퍼포먼스로 주변을 안타깝게(?) 하던 씬. 이 씬 이후 한국식 롤러코스터인 청룡열차를 타고 괴물로 이르는 과정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 흔한 수퍼영웅이나, 방대한 국가 사업적 테크놀로지, 애국심 불타는 앤딩이 없어도, 이토록 즐겁고, 안타깝고, 슬프고, 신나는 오락영화를 관객이 만날 수 있는가를 두 시간동안 몸으로 때워가며 직접 알려준 스텝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감독 스스로가 말했지만 이 영화는 그냥 오락영화로 봐 주어야 한다. 이러한 영화적 수사가 자칫 어떠한 단체의 이념이나 신념으로 작용하여 영화자체의 재미가 의도하지 않았던 진짜 괴물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것이 영화를 소개하는 언론의 할 일이다. 이 영화 재밌다, 극장에서 놓지면 후회할 것이다, 라고 실로 가벼운 클로징 멘트로 주말의 명화 소개를 끝맺던 고 정영일 선생처럼 영화적 사실만을 늘어놓으면 그만이다. 판단은 관객이 하면 된다. 재밌다, 재미없다, 따위의 가벼운 판단이 영화를 살리고 죽이는 것이다. 영화 외적으로 구체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들은 그런 단체의 임원과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지껄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 만든 영화가 롱런을 하려면 그 따위 호들갑보다 즐거운 한 마디가 확실히 더 약빨이 받는 것이니까.
by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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