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출을 보다.

영화 2006/08/08 16:16 Posted by 버트

외출, 2005

허진호감독의 팬들이 다 그러하듯이 몹시 기다려 왔던 영화였다. 외출말이다. 언젠가, 무슨 티비 프로그램에서 장면회고를 하는데, 배용준이 진짜 술을 먹고 연기를 지도하는 감독이 오히려 취해 버렸다는 그런 이야기. 잔잔하게 롤을 감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데 고수로 소문이 난 허진호. 그는 왜 영화 촬영도중 취해버렸던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가령, 내 와이프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달려 간 곳은 다름 아닌 불륜행각의 꼭지점이었다. 배용준이 아니라 나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 어떨까? 더구나, 영화를 보자니 배용준은 용케도 불륜행각의 범인인 아내의 병수발까지 해야 할 처지다. 난감하기 이를 때 없다. 원수를 사랑하라 했지만 이정도면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그는 왜 그의 장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 자신이 예수라도 되는 줄 아는가? 답답하다.

손예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 한들 시작은 한 없이 우울할 뿐이다. 즐거운 자리에서 간신히 인연의 끝을 확인해 결혼을 한다 하여도, 결국은 이런 식으로 배신을 당하는 현실에서 그들은 그런 일탈증후군을 견뎌낼 수 있을까? 견뎌낸다 한들 또 다른 비극이 잉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그저 우울할 뿐이다.

4월의 눈雪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봄이란 계절이 요구하는 새싹을 저버린 자연의 심통인가. 아니면, 인간들의 욕심에 호응하는 선심성 해프닝인가. 요컨대, 둘이 사랑을 나누든 결국은 연인으로 발전하든 이 영화는 비극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다. unfaithful. 알다시피, 진실되지 않은 인간관계는 비극의 시작이다. 둘이 부부로 삶을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도 결과가 그렇게 불유쾌하게 매듭지어지게 하면 곤란한 것이다. 더구나,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엉망진창mess을 어떤식으로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채 이런식으로 배우자들에게 그것을 떠 넘기는 행위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외로움과 배신감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이들은 사실은 낙오자일뿐이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철저하게 버림받은 존재. 더군다나, 버림받은 사실을 우연한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알게된 인간들이다. 낙오자도 이정도면 처절해서 짜증이 다 날 지경이다. 그들이 그들 자신의 배우자에게 환영 받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뿜어내는 남루한 일상에서 우리는 쉽게 느낄 수 있다. 장인이 찾아오는 통에 상대편 여인을 화장실로 숨기는 해프닝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으로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불행은 불행을 낳는다. 불행을 극복하는 것은 또 다른 비행이 아니다. 새로운 출발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출'은 4월의 눈처럼 평탄한 삶에서 조금은 이탈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shit happen! by 버트



태그 : 외출
블로그 이미지
Blog Image
다지지마닷컴

내가 알고 싶은 세상의 모든 것, 다지지마닷컴

by 버트
프로필 버튼
프로필 상세보기
블로그롤 정보

카테고리

  • 157179
  • 0690
Tatter & Media textcube get rss

다지지마닷컴

버트'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버트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버트'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atter &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