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간인지라 밤이 되면 조금은 센치해진다. 뭐랄까. 누군가 세상에 한
명쯤 내 생각을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나름 소박한 바람 같지만 세상사
또 그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알다시피 나는 별로 바쁘지 않다.
365일 바쁘지 않다. 그렇다고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바쁜 사람들의 페이스에
맞추어 세상을 살고 싶지는 않다. 한가한 인간도 한가한 나름, 그만큼의 스페이스를
벌기위한 자신만의 폴리시가 있는 법이다. 자신의 인생에 치여 삶이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도 제발 그 점만은 알아주었으면 싶다.
기운이 남아도는 아침과 낮
시간, 나는 상대에게 나름 정성을 다한다. 그것이 최근의 내 의무인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이 24시간 유지되기는 힘들다. 나도 나약한
인간인지라 감정이 있고 감정이 내 안에 존재하는 이상 기복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삶이 바쁘고 능력있는 사람, 즉 감정의 기복차가 심한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의 인생만 바쁜 줄 안다. 나처럼 한가한 직업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팔자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한가한
인간은 남들이 바쁜 시간속에서 세상을 공평하게 바라볼 시간이 돈을 버는 시간보다
중요하다고 느꼈을 따름이다. 별것 없다. 그게 다다. 능력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정말 몹시 서글픈
일이다.
365일, 24/7. 늘 자상할 순 없다. 충전이 필요하다. 충전을 하는 시간엔 상대방이 아파도 외면하고 싶다. 그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가끔이나마 기복의 편차가 생겼을 때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 주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몇이나 있나 가끔 세어본다. 셈을 하기 위해 손가락을 펼칠 필요도 없을 정도의 한심한 인생. 역시 내게 모든 원인이 있는 것일까.
인생의 중반에 종교를 갖게 된 의미도 따지고보면 더
이상 타인에게 사랑을 구걸한 염치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촉구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아. 여기까지 쓰고나니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들고, 점점 세상 구석으로 내몰리는 한가한 인간이 되고 있는
내가 무서워진다.
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