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비대칭의 쥐색 벙거지 모자를 쓰고 한 쪽
눈을 가린 곱슬머리. 복잡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빨간색 니트를 위에 걸치고 진한
핑크색의 착 달라붙는 치노를 입은 차림. 죽었다 깨어나도 나로선 도저히 소화해
낼 수 없는 감각이겠지. 분한지만 옷차림서부터 오기다리는 서울에 살고 있는 모씨와는
차원이 다른 무엇인가가 흘러 넘쳤다.
인터뷰는 당연히 일어로 진행되었기에 알아듣기가
몹시 거추장스러웠지만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녀석의 멘트가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인상적인
씬을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전 애인으로 분한 마키 요우코가 표고버섯을 싫어했지?
라고 말하는 씬을 꼽는 오기다리. 확실히 무섭나보다. 남자들은. 옛 애인이 여자가
자신이 즐겨먹었던 음식들을 조목조목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무서운가? 옛 연인과
오랜만에 만나서 섹스까지 해버린 후, 요리를 대접한답시고 싱크대 앞에 서서 옛날이야기를
하며 늘어놓는 자신의 버릇 같은 게? 오기다리가 그것이 무섭다고 말한 것은
확실히 인기 많은 남자의 넋두리 같기도 하다. 나 같은 인간에게는 옛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하니 말이다.
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