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걸스 : 람바다보단 무거운

영화 2007/04/06 00:44 Posted by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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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묘하다. FTA가 타결된 작금의 한국과 비교된다고 할까. 탄광의 계절이 끝났지만 시골에서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니 희망이 보인다. 이제 제주에서도 귤 농사 하던 부모가 자신의 딸을 발리댄스라도 시키면 되지 않겠는가. 제주 중문단지에 세계최대의 발리 댄스 교습소를 만들고 전 감귤농민의 자녀중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을 집단 합숙시키면 제주 농업의 앞날은 밝기만 하지 않을까.

2. 도시에서 올라온 (영화의 배경인 후쿠시마켄은 도쿄를 기준으로 북쪽에 있다.) 여자. 히라야마 선생. 늘 그렇듯이 도시의 낙오자는 시골의 우등생이다. 왜 그런 격차가 벌어지는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런 격차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쫓겨 온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가 급상승한 것에 만족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마을주민들도 새로 등장한 도시인과의 수준차를 괴로워하며 자격지심에 빠진다. 그들이 이성적인 수준차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우는 것은 늘 유교경전이다. 여자로서의 행실은 늘 엄격한 규범에 입각해야 한다는 교리 말이다.

3. 딸 키미코가 춤판에 휩쓸리는 것을 반대하던 어머니는 어느 날 마을회관서 멋들어지게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의 딸을 보고 기존의 생각을 180도 바꾼다. 그녀의 딸 키미코도 친구의 손에 붙들려 시작한 춤에 흥미를 못 느끼다가 어느 날 히라야마 선생이 혼자 춤을 추고 있는 모습에 본격적인 훌라 걸이 될 것을 결심한다. 예나지금이나 세대 위나 아래나 인간은 눈으로 직접 무엇을 보아야만 비로소 그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차분한 대화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지독한 이기주의의 시작은 항상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

4. 사라진 친구가 보내준 조화를 캡에 꽂고 나가 대미를 장식한다는 스토리는 할리우드가 줄곧 우려먹는 아메리칸 드림의 일정한 패턴이다. 감동은 배가 되고 시골 촌년은 어느 새 도시여자 양뺨 후려갈길 정도로 때깔 나는 여자로 탈바꿈 되어 있다. 그녀의 겨드랑이가 매끈하게 면도되어 있는 것처럼. 감동적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뭐랄까 어쩐지 씁쓸하다. 흠.

5. 배우의 면면이 화려하다. 우선 여주인공은 드라마 ‘한밤중의 비’로 내게 기억되는 마츠유키 야스코가 도시출신 춤선생으로 주연을 맡았다. 매부리코에 강렬한 인상으로 개인적으로 같은 세대기 때문인지 몹시 좋아하는 배우. 그녀가 자신의 딸을 폭행한 퇴직 갱부를 남탕까지 추적해 혼내주는 씬은 최근에 본 가장 즐거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6. 대스타 토요카와 에츠시는 튀지 않지만 뭐랄까 가장 맥빠지는 역할인 키미코의 순진한 갱부오빠역을 맡았다. 키미코는 골룸이 여신으로 모신다는 아오이 유우. 그리고 이들은 춤판으로 이끄는 요시모토역에 노련한 키시베 이토쿠가 있다. '자토이치'나 '상어가죽남자와 복숭아소녀'를 보면 그가 왜 늘 영화판에서 빛나고 있는지 금방 알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변희봉선생을 떠올리게 하는 마스크! 한국의 희봉씨가 이토쿠보다는 5살 많다.)

7. 이상일. 일본에서 자이니치로 살면서 자신이 소유한 외국인 이름을 그대로 쓰는 감독을 우린 어떻게 봐야 할까. 단순히 친하지도 않은 주제에 자랑스런 한국의 후손이라고만 치부한다고 그의 삶이 빛이 날까. 알 수 없다. 나같은 도시촌놈이자 나사빠진 민족주의자에게는 그런 똥배짱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샘솟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무엇을 만들건 그가 하는 작업은 다른 일본인이나 또는 한국인이 하는 그것보다 훨씬 대단해 보인다.

8. 아오이 유우의 팬이 아니더라도 시간때우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 단 뻔한 패턴이 싫거나 FTA를 반대하는 글로발 시대의 파편같은 사람들의 입맛엔 어쩐지 조금은 쓸 것도 같은 그런 영화.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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