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과 귀족노조 그리고 나

세상 2007/04/10 16:10 Posted by 버트

흔해빠진 이솝우화 중에 개뼈다귀를 문 개의 이야기는 지금도 내 심금을 울린다. 녀석은 왜 물에 비친 자신을 보고 짖어버렸을까. 뼈다귀가 몰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것을 알면서 왜 녀석은 끊임없이 짖어야 하는가. 그것은 결국 개의 숙명인가,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다. 나는 나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미워할 필요가 없다. 내 형제가 나보다 좋은 조건과 나은 환경에서 일 한다고 닦달하는 것만큼 역겨운 짓거리도 없다. 나와 같은 자매가 매일 오후 9시에 칼같이 들어와 부모님의 예쁨을 독차지 한다고 언니를 독살할 수 없는 법이다. 통금 시간 9시는 언니가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바로 쳐다봐야 할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알맹이를 보지 않고 화려한 옷이나 습관에만 일희일비한다. 귀족이 부리는 직원이 나보다 조은 조건에 일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는 분명 예전에 나보다 후진 학교 나보다 후진 가정 나보다 후진 옷을 입고 세상을 살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나는 끊임없이 상대를 질시하고 미워한다.

하지만 정작 난 그 뒤에 숨겨진, 그것을 획책하고 미소 지으며 밤마다 노동자들을 안주삼아 샤또 로쉴드를 마시는 귀족들에게는 무관심하다. 오로지 귀족의 눈에 띄지 못해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을 받는 자신을 속박하며 타인의 가치를 부정한다. 귀족은 늘 그 자리에 있어도 좋지만 그들이 부리는 직원의 복리후생은 시시각각 내 심기를 자극한다.

왜일까. 나는 왜 타인들, 다른 조건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항상 시기할까.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나. 에 관심을 갖지 않는가. 나는 항상 왜 그들의 연봉과 쉬는 날, 호봉수, 승진 따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일까. 그것은 혹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이간질시켜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귀족들의 책략에 철저하게 놀아나고 있는 결과가 아닐까.

무섭다. 나는 짖고 싶지 않다. 그러면 내 입안 가득히 물려 있는 뼈다귀를 놓칠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열심히 강물을 향해 짖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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