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인간의 인생 사의 한 장면이니까 등장인물이 죽는 것은 어쩌지 못하는 그저 그런 사실일 뿐이다. 그러고보니 내 주변엔 죽음의 냄새가 별로 없다. 내 주위에 친한 사람이 죽어 없어진 것은 단 1번 뿐이었다. 그 외에 모든 죽음은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거나 영화속 인물들이었던 것 같다.
늘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사람이 있다. 그는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고백하지 않았고, 설사 그것을 눈치채고 있다손치더라도 동의의 과정을 거쳐 묵인된 것이 아니기에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고백은 필요하다. 고백해서 거절당하는 두려움보다 고백하지 못해 평생을 후퇴한 인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비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용기도 뭐도 아니다. 자신 아닌 타인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는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 부끄러운 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현상보다 즐겁고 가슴벅찬 일이다.
횡단보도를 막 건넜더니 때마침 정류소에서 출발한 버스가 신호대기중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버스의 앞 문을 두드려보았다. 버스는 원칙상 정류소 이외의 장소에서 손님을 승하차할 수 없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하지만 용기 있는 중년 여성들은 때로 버스의 앞문을 노크한다. 가끔은 수줍게 보통은 당당하게. 그것은 용기도 추태도 아니다. 신호다. 나를 태워 달라는. 운전수가 가벼운 수칙을 어기고 문을 열어줄지, 아니면 신호가 바뀌자 마자 차갑게 발차할지 문을 두드리는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일 뿐이다. 하지만 그 버스에 올라탈 확률은 그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버스 정류소의 나보다, 차 밖에서 애타게 문을 두드리는 중년 여성이 더 높은 것이다.
고백은 매너의 문제가 아니다, 고백은 내가 상대에게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신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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