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임을 자처하는 나에게 그것을 내 귀까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코멘테이터의 죽음은 그 깊이가 사뭇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송인득 아나운서의 죽음은
작금의 노령사회에 대비해 요절에 가깝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그가 MBC 스포츠 아나운서로 스포츠 뉴스는 물론 박찬호의 전성기를 허구연과 함께
생생하게 전해주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허구연의 듣기 불편한 방언을 그의
상쾌한 표준어로 어느정도 상쇄해 나가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가끔 KBS의 하일성과 MBC의 송인득이 함께 야구를 중계하면 어떤 모습을 그릴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일성의 오랜 벗인 유수호 아나운서도 달변이며 동시에
스포츠 중계의 산 증인이지만 어쩐지 약간의 불협화음을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뭐랄까, 유수호는 유슈호대로 하일성은 하일성대로 이야기 한다고 할까. (게다가
유수호는 너무 FM적이다!) 반대로 MBC쪽은 허구연은 자기만족적인 해설 (프로 감독까지 했다는
자긍심)과 어울리지 않는 영어발음으로 곤혹스러워 하는 시청자들에게 송인득이라는 완충제가 절묘하게 작용해,
나름 들어줄 수 있는 수준의 방송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송인득이 하일성과 콤비를 이뤘다면 혼자서도 달변인 하일성을
좀 더 유려하게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송인득.
얼마 전 MBC는 포스트 송인득인
김성주를 포기했다. 그가 프리 선언을 하자 기꺼이 그의 그림자를 자신들의 방송국에서
지우기로 결심한다. 원칙을 강조하는 척 하면서 나름대로 괘씸죄를 적용한 전 근대적인
가족제일주의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MBC측에서는 솔직히 아쉬울 것도
없다. 일찌감피 문화적 우월주의(실제론 껍데기밖에 없는 모습이었지만)를 포기하고 시청률 지상주의로 노선을
바꾼 MBC 가 아니던가. 스포츠 중계는 비싸다고 계약을 포기하고 싸구려 코메디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철 없는 행동은 솔직히 야구에 혼신의 힘을
쏟았던 고인에게는 그닥 즐겁지 않았을 것이리라.
어쨌든 송인득은 그렇게 사라졌다. 49세의 그리 인생을 오래 살지 않은 젊은 나이에 그는 MBC를 영영 퇴사했다. 하지만 고인이 MBC를 떠나기 전에 이미 MBC는 스포츠계의 한 획을 장식했던 그에게 더 이상 일거리를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