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 참 아쉽다

영화 2007/07/28 12:17 Posted by 버트


영화가 아무리 취지가 돋보인다 한들 그것은 관객이 판단할 일이다. 역사에 소용돌이속에 철저하게 무시당하다 21세기에 접어서야 비로서 스크린으로 수 있었던 사건이 영화화 되었다. 그것만으로 볼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제작자들의 부담일지도 모른다. 그 부담의 방향이 어떤식으로 관객에게 어필되느냐가 이런 영화의 관건이라고 하겠다.


그런의미에서 이 영화는 민족의 아픔을 다루는 기존의 한국영화의 틀을 깨부수는데 실패하고 있다. 무고한 시민들이 어처구니 없이 죽어나가는 생지옥의 현장을 다루는 방식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무수한 방법중에 가장 무난한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형제애, 가족애 궁극적으로 동포애가 그것이다.

광주를 핥고 지나간 비극을 다루는 방식은 달걀의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고 수저로 나르는 게임 보다 조심스럽고 또한 몹시 어려울 것이다. 허나 왜 형제애일까. 왜 동포애일까. 왜 가족애일까. 영화에서는 관객의 순조로운 감정이입을 동원하기위해 가족을 근간으로하는 이러한 코드를 무차별적으로 채용하여 당시보다 (고 이주일이 주인공을 하던 시대를 이미 관통한) 훨씬 개화되고 민주화된 시민들을 움직이려하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방식이다. 80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를 80년대 방식으로 다룬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는 이야기다. 지금은 와이투케이시대다. 지나간 과거를 감성으로 이해시키려는 방식은 굉장히 낡은 방식이며, 민주화의 보다 근본적인 취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작금의 젊은이들에게 고루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이다. 이러한 고리타분한 접근 방식은 역사를 바라보는 바른 시각을 위협하는 가장 어리석은 잣대이다.
 
또한 이 영화는 피해자의 호소만 있고 반성이나 자각이 없다. 가해자의 시각이 부족할뿐아니라, 가족의 끈이 이어져 있지 않은 소외계층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형제와 자매, 가족이 있어야 민주화 운동을 할 수 있고 또 그 슬픔이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 우리는 당시의 광주, 그 참된 진실을 모른다. 심지어 그 시대에 민주화에 청춘을 불살랐던 사람들조차도 비극의 현장에 고립된 인간들의 고통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광주로의 접근이 아쉽다. 그들은 어째서 대한민국의 다른 대도시와 달리 종극까지 달려갈 수 밖에 없었나, 수많은 희생자들이 끊이질 않는 비극의 현장에서 왜 그들이 외치는 소리들이 공허하게 소멸되었는가에 대하여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한 접근이 필요했다.

80년 광주에 관하여 감독은 하고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말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 거대한 사건을, 결국 동생을 잃은 블루칼라 남성의 선댄스 키드식 비극적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솔직히 이성적인 관객들을 아연실색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눈물샘을 동정으로 자극하는 한국식 에픽의 한계인가 싶어 가슴이 저려왔다.

참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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