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컬쳐 2007/11/05 17:19 Posted by 버트



자신이 하찮게 여겨질 때가 종종있다. 실제 그런다 한들 늘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비참하기 때문이다. 비참한 생활을 빠져나갈 구멍은 내 인생 어디에도 없다는 것은 십대 후반쯤 알았다. 하지만 절망하기 일렀다. 인생은 길고 요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어쨌든 살다보면 운이 좀 닿을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남들은 일찌감치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 열심히 자신을 추스렸지만 나는 요행수를 줄 곳 바랬다. 설마 이렇게 비참하게 살다 죽을 인생일라구. 기운을 내다보면 언제가는 봄이 찾아 올지도 몰라. 하고 현실을 잊었다.

2007년의 마지막 계절이다. 겨울이다. 산 정상에 오르니 어느 새 낙엽조차 말라가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11월 햇살이 무지막지하게 내리 쬐었다. 숨이 막혔다. 왜 이렇게 빠른가. 무엇이든 좀 여유를 가질 수 없단 말인가. 자연도 사람을 닮았나 보다. 정신없이 빠르다. 무엇에 쫒기는지 뒤돌아 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아빠의 걸음을 흉내낼 수 없는 아이의 보폭만큼 나는 조금씩 지쳐간다.

내가 내 삶을 유영遊泳하고 있다면 팔 젓기가 지쳤다는 뜻이다. 마구 휘젓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나는 박태환이 아닌것이다. 간신히 호수위를 떠 있을 순 있었도 단 1cm도 전진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전진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안다. 나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그것이 이유다. 수영을 배우지 않고 호수에 평생 떠 있어야 하는 사람은 피곤하다. 죽지 않기 위해서 팔을 저을 뿐이다. 남들처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아하게 크롤을 선보일수 없는 인생이란 말이다. 내가 젖는 것은 살기위한 몸부림이다. 그런 동작을 1초만 쳐다봐도 사람들은 내가 허우적 대고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닌이상 내 팔동작을 수영법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멀리서보면 딱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이다. 물에 빠진 사람들의 익숙한 맥빠진 자맥질도 가끔 선사하면서.

실제와 다른 것은 아무도 내게 구명조끼나 튜브따위를 던져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차라리 실제로 물에 빠지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태그 : Jeppet,zu,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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