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지른 것들

일쌍 2007/11/07 11:34 Posted by 버트
가끔 내 블로그를 찾는 애니여사의 '요즘 저지른 것들'에 삘받아 (링크나 트랙백을 걸고 싶지만 요즘 내 블록을 찾아오는 인간들의 수준을 고려해서 생략한다) 나도 저질러 보기로 작심한지 어언 한 달이 넘었다. 이제 뿌려놓은 수확을 거둘 시간이 돌아왔다. 자본주의는 참으로 정직해서 생색낼 때의 기분을 월급날 착실히 거두어 간다. 그래도 선물은 참 좋은 것이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 중에 가장 돋보이는 점이 그렇다. 나는 그 맛에 상대에게 선물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대개의 경우 내가 준비한 선물은 상대적으로 싸구려가 태반이기도 하다. 그 중 또 몇 개는 상대에게 별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러나 첫 삽에 육쌈삘딩이 완성되지 않듯이 나의 소소한 마음이 상대의 기운을 북돋는데 일조한다면 그것보다 기쁜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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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질투가 좀 덤비는 인간인지라 블로그 친구들의 가벼운 지름에도 때때로 마음에 상쳐를 받곤 한다. 예를들어, 틸씨와 같은 또래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애니나 아우라 등이 아이포드 나노 3세대를 선물 받았다는 내용의 포스트는 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거룩한 틸씨는 아직까지 아이포드가 무엇인지 모르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다. 나는 그 점이 고약하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2년만에 다시 몸만들기를 선언한 틸씨에게 두 달 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핑계삼아 기꺼운 마음으로 거금을 (물론 무이자 할부로 --;) 투척했다. 이제 틸씨도 당당히 미국교포 아주머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짝짝짝. 부상으로 실리콘 스킨과 (알다시피 촌놈들은 새 물건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리고 걷기 운동에 아주 제격인 Lanyard의 목걸이 이어폰도 낑겨 주었다. 번들 이어폰도 그럭저럭 제 몫을 하지만 역시 가장 깔끔하게 선이 정리되는 것은 목걸이 이어폰 이상은 없다. 그럭저럭 악세사리를 별책부록으로 질러보니 웬만한 1기가바이트 중소기업제품 엠피삼기 가격에 육박한다!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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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킬러인 틸씨가 정기적으로 치과에 다니는 이유는 스케일링 때문이다. 덕택에 건강한 치아상태가 유지된다. 이에 고무된 내가 기꺼운 마음으로 에센시아의 휴대용 자외선 칫솔 살균기를 선물하기로 작심한다. 당연한 것이다. 다른 선생들이나 아이들이 뿜어내는 먼지와 입안 오물에서 그의 칫솔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몇 되지 않는다. 그 역할을 이제 에센시아가 할 것이다. 중간 사진은 여행용 수면팩이다. (목베게, 귀마개, 안대) 이른바 이 조잡한 3종세트는 내 것을 구매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련했다. 마지막 사진은 귀여운 회색톤의 귀마개. 바로 방금 전 통화에서 이 귀마개를 끼고 중랑천을 걸어 출근했다는 틸씨의 다소 쩌렁쩌렁한 전화 목소리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무려 70분정도 걸어야 회사에 도착한다!) 아직 실제로 그가 귀마개를 한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조만간 찍어서 이곳에 올려보리라. 귀여운 귀마개 틸씨의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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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책도장이다. 사진은 범용한 이미지이기에 틸씨의 이름이 빠져 있다. 새 책을 읽기 위해 사기도 하지만 소장하는 맛에 사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틸씨. 그의 꿈은 보나마나 개인 도서관을 갖는 것이리라. 말 그대로의 개인도서관이다. 물론 대여나 대출은 엄격히 금한다. 지만 보고 즐기려는 자세는 오늘 날 A형들의 공통된 욕심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지 혼자 볼꺼면서 책 도장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어차피 다 지책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가 책도장을 가지고 싶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들어준다면 그가 모르게 추진하되 한자로 틸씨의 이름을 새겨주고 싶었다. 한자를 알아내는 것은 나름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남녀 관계는 기억력이 관건이다. 언젠가 대학로를 산책하면서 무심코 중화요리집의 한자 하나가 자신의 이름과 스펠링이 같다는 소리를 못들은 척 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복잡한 한자를 암기하고 있었던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어렵사리 제작한 책도장은 바로 어제 도착했다. 조만간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수면양말. 초극세사라 아주 감촉이 황홀하다. 겨울밤 발이 시렵다고 전화를 붙잡고 징징대는 틸씨를 위해 찬바람이 본격화되기 전에 구매해 지난주 전달했다. 아직 개시를 안한 모양인데 그와 잘 어울리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어제 지른 에스콰이어의 세미 정장 구두. 런칭기념으로 대폭 세일을 한다고 떠들어 대는 모 쇼핑몰 배너를  본 게 화근. 전화로 틸씨의 의향을 확인하고 잽싸게 질러버렸다. 그가 선호하는 청바지에 잘 어울려야 할텐데. 그 점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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