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눈 길을 끄는 기사가 있어 클리핑 해 두었던 것은
다름 아닌 서울신문의 연속기획물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3) 여자가 男화장실 청소해야 하나요. 였다. 남자라면 이런
이상한 사건을 하루에 거의 한 차례 이상 겪게 된다. 심지어 나는
넘버 투(poop)를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찾은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 막 팬츠를
내리는 데 불같이 노크를 해대며 청소시간이니 빨리 볼 일을 보고 나가라고
거칠 게 밀어붙이는 상황도 겪어 보았다. 황당함을 떠나서 무례했다. 그러나 그러한
사건이 이제 '일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여성들의 남성화장실 청소는 당연해졌다. 그
이유는 기사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여성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다는 점이다. 구하기 쉬운 이유는 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환경미화 따위에 푼돈을 받고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그 자리는 어디에도 써주지 않은 저렴한 여성노동력으로 대체된다.
그것이 사회적 시스템이다. 볼 일이 급한 남성들은 여성 관리인의 휘슬소리에 맞추어
지퍼를 내려야 하는 꼴이다.
이에 대해 기사는
소극적인 대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관리인과 볼 일 볼 남성의 시간차를
두자는 안이다. 얼핏 대안일듯 싶지만 그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급한 볼 일을
시간에 맞추어 해결하자는 방안 자체가 코미디다. 그렇다고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남성화장실의 관리인이라는 직업에 남자가 뛰어 들 수 있는 월급조건이 개선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여성 화장실을 관리하는 여성 관리인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야
하는 전제를 갖춰야 한다. 적정한 성별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성별과 동일한
화장실을 관리하는 적절한 방법은 적절한 월급체계를 확립하는 수단 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장실 관리인들은 대개 용역회사가 고용한 직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용역회사
직원 즉 아웃소싱 타이틀이 달린 직업은 계약직 노동자들과 수준을 나란히 한다.
길은 멀다. 하지만 볼 일을 볼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결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여성 관리인이 남성 화장실에 불쑥 불쑥 뛰어드는 행위는 일종의
복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여성화장실은 대개의 경우 붐빈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줄을 서야 볼일을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곳은 아마
자신의 집 뿐일 것이다. 여성들의 화장실 줄서기는 이제 어쩌다 특수한 경우에 돌발적으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사회적 공감대(?)마저 형성되는 분위기가 감지 된다. 사회적으로 남자보다 더 바삐 뛰어야 하는 약자들에게 화장실에서 허비하는 시간들은 어떻게 보면 그들 자신에게 저마다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남성 화장실에 여성 관리인을 두어 남자들이 그녀의 구령에 맞추어 일제이 지퍼를 내리게 유도하는 것은 그런 행태에 대한 일종의 복수인 것이다.
남자들이 여성들의
휘슬에 발 맞춰 남대문을 개방하고 싶지 않다면 남성관리인이 여성관리인과 동수가 되도록
그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던가, 아니면 여성들이 화장실 밖으로 길게 줄을 서지
않고도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공공 건물 설계시 여성화장실의 변기수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