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일쌍 2007/11/26 12:56 Posted by 버트
질투는 무엇인가.  알듯 말듯. 여러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진 후 생각해 보니 질투란 것이 참 기묘한 녀석이더라. 세게 당하면 구속받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살살  당하면 상대가 나를 깊게 생각해 준다고 느껴서 다행일 때도 있고. 요컨대 강약이 중요한지도 모른다. 세기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상대와 나의 관계가 역학적으로 완만해지느냐, 급속도로 냉각되느냐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부릴 때도 마찬가지다. 질투를 부릴줄 아는 사람은 아마도 사랑에 집착적인 인간일테다. 또한 질투를 부릴줄 안다고 해도 반드시 그것을 상대에게 과시하지 않는 타입도 많다. 모름지기 인간이란 확인의 동물이잖은가. 확인과 확인당함 속에 애정을 가꿔나간다. 문제는 질투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유형이다. 두통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두통약을 만드는 회사는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질투를 느끼지도 부리지도 않은 인간들에게 그것을 행사하는 상대는 귀찮게 느껴진다. 질투와 그것을 행사하는 족속을 이해하지 못한다.

- 여기 어때?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퇴근 시간은 다가오고. 직장인의 뜨거운 금요일 밤이 불과 서너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네이트 온 메세지가 윈도우 하단에 점멸하고 있었던 것이다.

- 오. 배고프다.


문제의 '여기 어때?' 라는 메시지 밑칸엔 길게 늘어진 링크가 한 늘어져 있었다. 유명한 포럼의 게시판에 게재된 서소문의 족발집을 소개하는 글과, 밑엔 칭찬의 리플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족발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칭찬은 도가 지나쳐 숭배의 레벨까지 근접했다. 문제는 직장인이라면 금요일 밤에 소주 안주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한 귀결 끝에 늘 뭉치는 인간들이 존재했다.

- 서소문?
- 그렇지.
- 늦게가면 못 먹을지도 몰라.
- 설마.
- 글 제대로 안 읽었냐. 하루 100개 한정이라잖냐.
- 그게 적은 수냐. 예를 들어 100그릇이면 2만5천원짜리 댓자를 100그릇 파는 것일텐데, 술값을 제외하더라도 다 팔리면 250만원이잖아. 그것도 하루. 매일 다 팔린다면 삼년안에 임대한 빌딩의 오너가 되겠다, 야.
- 그런가.


서소문 너무 멀다, 가까운 곳에 찍어 논 곳을 기억해냈다.

- 거기도 땡긴다만 너가 다니는 회사에 코앞에도 그럴싸한 족발집이 있단다.


나는 링크를 걸었다. 금방 응답이 돌와왔다.

- 아 여기 알아.
- 그래?
- 아는 후배가 근처 살거든.
- 오호.
- 여기도 근사한데.
- 찍어놨다니까.
- 맛있겠다.
- 그치?
- 응. 땡기네.
- 뭉치까? 오늘 일찍 끝날지도 모르는데 말야.
- 아
- 왜?
- 영화를 보기로 했어.
- 오. 그렇군.

문제는 녀석의 선약이 누구냐와 잡힌 것이냐였다. 족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오로지 녀석이 금요일 저녁 영화를 보기로 한 상대가 궁금했다. 여잘까? 아니야. 아마도 친구 R이겠지. 어차피 우충충한 청춘들이니까 충분히 주말에 남자끼리 모여 영화관에서 시간을 죽일거야. 아니야. 여자일수도 있어. 그렇담 누구지? 누굴까. 며칠전 선을 보았다는 그애일까? 그렇다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일까? 궁금하네. 내가 녀석의 타입을 아니까 더더욱 보고 싶어지네. 잘되고 있다는 이야긴가. 상대가 누군지 물어봐야 할까. 아니야, 녀석이 내가 질투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아냐, 물어보지 않으면 오히려 녀석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 궁금증도 없는 사람이냐고. 질투까지는 아니더라도 친구의 데이트 상대정도는 궁금해 해주는 것이 예의가 아니냐라고. 고민이네. 나는 내가 녀석의 데이트 상대가 궁금한 걸까. 아님 녀석이 족발 사진을 보여주며 변죽만 올린 것이 괘씸한 것일까.

그렇게 금요일의 별것도 아닌 나의 금쪽같은 오후 시간들이 헛되이 소비되고 있었다.






태그 :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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