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gear on !

일쌍 2007/11/28 13:37 Posted by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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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내 경우엔 어떻게 보낼까가 어떤 옷으로 겨울을 버틸까. 이기가 쉽다. 케비닛을 열어보니 철지난 옷들을 제외하고 겨울에 입을 만한 옷들이 전무하다. 자. 어떻할까. 하소연을 하자. 요컨대 이런 것이다. 아이고 입을 옷이 없네. 에게게 옷장이 왜이리 썰렁해. 이봐 올 겨울이 몹시 추울거라며? 와, 재 입은 것좀 봐. 겁나게 따숩겠네. 우와, 핫디좌인. 저런 거 내가 입어줘야 더욱 뽐이 나는데 말야. 간지가 다르잖아. 누가 입냐에 따라서 말이지. 우와. 멋진데. 따위를 쉴 새 없이 지껄여 주는 거다. 이를테면 애인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마누라도 좋고 애인도 좋고 까짓거 정부도 좋다. 엄마도 좋고 매부도 좋다. 요컨대 내게 새 옷을 질러줄 사람중에 가장 확율이 높은 사람을 찍어 끊임없이 주입해야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니클로의 레드칼러 구스다운 파커는 그렇게 해서 올 겨울 내 몸을 감싸기로 낙착을 보았다.

사실 이 옷을 고르기전에 우여곡절을 약간 겪기도 했다. 중저가의 국내산 글로스 패딩 자켓을 미리 찍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바꾸 돌고나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 라고 나는 잔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여자들이야 백화점 도는 것 그닥 싫어 하지 않는 타입들인데다가 선물을 하는 것도 아니라 받는 것이기에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도 그럴것이 방한용 아웃터 outer 고르는 것은 매년 있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격년 또는 길게는 오년정도 입어주는 것도 가능한 세상 아닌가. 옛날 처럼 돈이 없어서 오래 입는다기 보다 겨울이 따뜻해져 자주 입을 기회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내 옷장 한 구석을 차지한 녀석의 자태에 나는 또 한 번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게 되었다는 사실. 양복쟁이 신세라 그닥 자주 입을 수 없지만 주말이 다가오면 녀석으로 내 몸을 꽁꽁 감싸고 영하로 곤두박질 친 바깥에 나가 입김을 뿜어내며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해주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충분히 벅차곤 한다.

그러고보면 나는 천상 아직 어린 애인 같다. 새 옷에 세상이 즐겁다는 둥.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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