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아내가 또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 아내라
하면 현재 나의 배우자를 뜻한다. 앞에 ex가 붙지 않는 한 말이다.
알다시피 엑스와이프라고 하면 전아내가 된다. 그렇기에 재혼을 하든 홀로 살아가든 알
바 아니다. 문제는 현재 나와 별탈 없이 살고 있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점이다. 곤란함을 넘어 이 정도면 언어도단이다. 폴리오리가미든
폴터가이스트는 서방을 여럿가지고 싶다는 심보가 역겨운 거다. 헤어지고 다른 놈 찾아가면
그만인 것을.
인생은 축구장과도 같다.
- 월터 스콧
작가가 이 책을 쓰기위해 발췌한 주제어다. 이 책엔
아내가 지금의 남편 (극중 화자)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남자와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발상을 책을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냐 그렇지 않냐는 중요하지 않다. 책은
그러한 사건을 그대로 밀어부치고 이중혼으로 겪게 되는 주인공의 심적 또는 외적
갈등을 묘사했다. 주인공은 아내와 그녀가 사랑하는 또다른 남편(이런 경우 대체 서로
어떤 호칭을 주고받아야 하나)을 저주하고 미워하며 동시에 사랑한다. 그럼으로서 발생하는 자기혐오나
연민으로 꾸며진 책이다.
축구는 이 엽기적인 부부에게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앞으로 (박지성이 이른 바 영국의 박싱데이인 12월 26일자 썬더랜드전으로
EPL에 성공적으로 - 오랜 부상에서 벗어나 - 복귀했다!) 밤잠 못잘 선진축구팬들의
입장에서 소설을 썼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갖가지 요란한 축구계의 뒷담화를 들고 나와
자신이 결국 중혼의 범죄(?)를 저지를 아내를 받아들여야 하냐, 그렇지 않냐에 입각해
썰을 풀어 나간다.
나쁘지 않다. 축구팬이 아니라면 어떠냐
싶다. 나는 물론 박지성과 2002년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성과는 안다. 그렇다고
해서 팬이라고 말하기 낯 간지럽다. 그럼에도 내가 스포츠뉴스를 빠짐없이 보려고 노력하면서
생긴 얕은 지식이 이 책을 읽으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어중이 떠중이들이 월드컵 때의 충분히 광기를 보여준 것을 상기해
보면 이 책이 축구에 관심이 없는 인간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내용면에서 보면 지리멸렬하고 박력없는 주인공 남편 덕에 짜증이 좀 난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 신선했다. 뭐든 그렇지만 문제는 사랑이다. 사랑을 택한다면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