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간의 우정을 이해 못하는 남자의 초상이랄까
똑같이 생겨먹은 건물이 다닥다닥 쪽방처럼 붙어 있는 빌어먹을 유럽에, 내가 가고 싶다고 슬며시 고백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 세개도 되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아일랜드다. 영국의 오랜
통치를 받아왔고 이제는 그들보다 적어도 1인당 총생산이 앞서나간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나라 말이다.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아이슬랜드는 어쩐지 재미없어 보인다. 이상하게도 나는
아일랜드가 어감이 좋다. 아마도 언젠가는 아일랜드에 며칠 묵다 올 것이 분명하다.
영화를 보는내내 주인공들의 발음이 나를 괴롭혔다. 잉글랜드식 영어도
잘 안들리는데 아일랜드라니 거기다가 여자는 체코식 영어를 구사한다. 머리가 아파왔다. 차라리
일본식 영어가 그리웠다. 그럼점에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인 노래는 축복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높게 평가 하는 이유를 비로소 짐작했다. 아, 일상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울분을 음악으로 달래는 구나. 그도 그럴것이 그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대사도 신기하게 멜로디와 함께하면 어느정도 들어줄 만한 공통의 그 무엇이
된다. 우리들은 그것을 대사나 대화가 아니라 가사 lyric 라고 부른다.마치 한국의 뽕짝을 연상케하는 구슬픈 멜로디와 가사는 한국인의 심금을
울릴만한 정서로 어필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단관 개봉으로도 아직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질기게 버텨온 이유다.머리 아프게 구태여 여자와
남자가 나중에 어찌 될 것인가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불법 다운로드로 자신의
엠피삼기 한 폴더를 장식하고 있을 OST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