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사마를 잉태했던 대왕대비 마마가 손수 담가주셔서 잘 먹었던 총각김치도 어느 사이 그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남자 혼자 살면서 총각김치 한 통은 버겁다. 딱 1/2 통을 간신히 비울무렵 김치는 여지없이 쉬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버트씨네 집에 무슨무슨표 김치냉장고가 존재하는 것도 아닐테고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버트씨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지져먹고 끓여먹고 구워먹고(?) 김치는 맛이 변하기 시작하면 또 그 나름대로의 요리법이 무궁무진하기에 조상님들이 고맙기조차 하단 말이지. 암튼 요 놈들로 대망의 총각김치 한 통 시즌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마음 먹는다.정식으로는 도마에 한 개씩 무를 꺼내 잘게 찹을 처야하는데, 국물이 풍족한 녀석이라 온 싱크대가 김치국물칠갑을 할 것이 겁이나 잘 드는 식용가위로 녀석들을 쪼개는 데 합의를 본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가 나올 때까지 에드워드 가위손을 능가하는 내공으로 잘게 쪼개나간다.
잘 달궈진 기름팬에 갈갈이 찢긴 총각김치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내 기준으로는 한 7분. 총각김치 볶음밥의 내 기준은 아삭아삭이 아니라 푸석푸석이다.볶음밥엔 역시 고슬고슬하게 찐 흰 고시 히까리 쌀 밥을!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부미만 아니면 고마운거다, 사실)소금과 후추를 기호대로 뿌리고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진득하게 볶아주는 거다.달걀을 덮는 것은 뽀다구 때문이지. 명색이 김치 볶음밥인데 사이드 디쉬를 김치로 깔아주는 것은 중복이다. 럭키하게도 전날 사다먹은 찐만두에 딸린 닥꽝 (도저히 이렇게 귀여운 단어를 단무지 따위의 지루한 단어로 대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을 사이드로 깔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찍고 나서 확인한 - 참 성의 없다 너 - 닥꽝 옆 머리카락 한 올! 칵!)자취남 한 끼 식사로 이 정도면 임금님 수라가 부럽지 않다. (...고 뻥을 치면서 먹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 최면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의 필수 덕목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자!)언젠가 틸사마는 총각김치로도 볶음밥을 해 먹고 찌개를 해 먹는 나를 놀란 눈치로 처다보더라. 볶음밥은 그렇다치고 찌개는 싫다고 논평을 하더라. 흐물거리는 무 씹힘이 싫더라고. 나? 나는 그런거 별로 없다. 혼자 살아가는 인간에게 반찬투정이라는 것은 철저한 자기부정이기 때문이다. 금상첨화는 아니더라도 감지덕지한게 내 인생의 모토다.그러나 저러나 쉰 김장 김치들 연신 볶아 먹을 철이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