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딩과 함께하는 별다방
- Posted at 2008/02/01 14:00
- Filed under 일쌍
- Posted by 버트
나는 딱히 여고생 팬이 아니다. 내 자신이 고딩때도 동년배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취향이 노땅이라 늘 선생정도 되는 사회인이 내겐 동경이였다고나 할까. 이제 내가 더이상 고딩이 아닌 40대를 바라보는 아저씨집단에 속했다고해서 내 취향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성숙한 여성이 좋다.
최근 포스팅의 75%는 별다방에서 이루어진다. 남는 게 시간뿐인 아저씨가 2500원짜리 오늘의 커피를 벗삼아 두어시간을 가뿐하게 때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PC방은 머리도 피도 안마른 것들이 게임들을 해대며 어찌나 욕들을 주고 받는지, 한 두번가서 질리고 나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추워죽겠는데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키를 두드리기는 어렵잖은가말이다. 별다방이 딱 수준에 맞는다. 춥지 않고 청하면 커피외에 따뜻한 물도 컵에 담아 주니까 말이다.
평일 이 시간에 참 다양한 군상의 여성들이 별다방을 찾는다. 어머니 연배의 어르신 집단서부터 동년배의 여성들, 학생들 다양하다. 지금 내 옆에 앉은 아이들. 그들은 아마도 고딩일테다. 동네가 후지지 않으니 고딩주제에 별다방을 다 찾는군. 하고 생각하면서 흘끔 흘끔 변태 아저씨처럼 녀석들을 살펴보았다. 특유의 곤색 (군청색) 교복 차림, 치마에 스타킹. 한 명은 캔버스 화 한 아이는 로퍼. 둘 다 멋진 생머리. 캔버스 화를 입은 아이는 내 쪽을 보고 있어 눈 마주칠까 겁나 잘 살피지 못했다. 주로 내게 뒷통수를 보이고 캔버스화와 대화하는 로퍼양을 참고했다.
늘 아무 꺼리낌없이 무단으로 가수들의 노래들을 업로드하는 블로거들의 도움으로 김동률의 신보를 듣고 있었기에 그들의 대화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사람들의 수다의 내용 따위는!) 여고생 특유의 발랄함과 생기있는 모습을 그저 몇 번 쳐다 보았을 따름이다.
사실 나는 이 같은 여고딩들을 볼 때면 우리 틸사마의 그 시절을 떠 올려보다. 거의 자동적으로 말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나이는 37세였다. 나는 틸사마의 십대는 물론 이십대도 보지 못했다. 내가 여고딩들에 취미가 없는 것과 관계없이 울 아가씨의 어렸을 적 모습은 몹시 궁금하다. 어떤 아이였을까. 혼자서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녀는 어떤 소녀였을까.
몰개성의 시대에 교복자율화가 휩쓸 무렵 그녀는 아마도 교복없이 등교하던 유일한 세대였을것이다. 386의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린 체로 앞으로 어떤 세상으로 알을 깨고 나올 것인가 그녀자신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겠지.
타임트레블을 할 수 있다면 십대후반의 틸사마를 만나보고 싶다. 고등학교 2년생정도의 나이가 적당하다. 한국나이로 18세정도. 물론 나는 그 때 15살 중학생이었겠지. 그 때도 그가 나를 좋아할 수 있었을까? 까까머리에 꼬질꼬질한 스노우진을 입고 그룹 웸의 Wham! 의 경솔한 속삭임 careless whisper 따위를 발음되는 대로 따라 부르던 나같은 애송이를 사춘기에 절정에 다다른 그녀가 과연 나를 눈여겨 볼 수나 있었을까.
딱히 그 시절로 돌아가 그녀를 사귀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나는 그 시절의 틸사마가 보고 싶을 뿐이다. 자기만 알고 자기 자신의 세계관과 어긋난 사람들에게 다른 여고생들처럼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평범한 중산층 여고생을 만나고 싶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 서로 인사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인사를 건네야 좋을까. 나는 지금 심각하게 고민하는중이다.
그럴때면 여전히 널 생각하게 됐어
매일 다툰다 해도 매번 속을 썩여도
그런게 참 그리워 좋았던 일보다
나를 울고 웃게 했던 날들
매일 다툰다 해도 매번 속을 썩여도
그런게 참 그리워 좋았던 일보다
나를 울고 웃게 했던 날들
김동률의 '다시 시작해보자'가 은은하게 내 귀 안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일쌍'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근 근황 업데이트! (10) | 2008/02/15 |
|---|---|
| [이벤트 참여] '나에게 OOO는 기적이다' (3) | 2008/02/13 |
| 여고딩과 함께하는 별다방 (9) | 2008/02/01 |
| 검정색 양털후드조끼에 대해 (3) | 2008/01/24 |
| 귀 (2) | 2008/01/23 |
| 둘 만의 시간 (0) | 2008/01/20 |
- Tag
- 타임트레블
- Response
- 1 Trackback , 9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