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네 고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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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
은행나무 펴냄
1996년 <뱀을 밟다>로 제11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신작 장편소설. 도쿄 서부에 위치한 한 작은 고(古)만물상을 배경으로,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여러 빛깔의 사랑,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특별한 사연 등이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소설은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도쿄 서부의 한 작은 고만물상이 배경이다. 뜬금없기가 하늘을 찌르는 사장 나카오, 쉰
이 책은 나카노네 고만물상을
둘러싼 너댓명의 인간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소설이다. 요 시다 슈이치의 캬라멜
팝콘을 틸사마의 리퀘스트로 주문했더니 덜컥 뽀나스 책이 당도했지 뭔가. 꽁짜로 뿌려준
책은 어쩐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되는 것은 인지상정.
하지만 차분히 써 내려간 마치 일기 같은 사소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에 잔잔하게 파문이 인다.전화가 왔을 때, 다케오가
전화를 받지 못할,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먹고 있던
크림빵(다케오는 빵 중에서 크림빵을 제일 좋아한다고 언젠가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한
적이
있다.)의 기름 때문에 손가락이 미끈거려 통화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그만 끊어졌다든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꺼내려는데, 요즘 약간 살이 쪄서 엉덩이가
꽉 조이는 바람에 전화기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든가, 전화벨이 울리는
찰나, 바로 코앞에서
어떤 할머니가 넘어져 그 할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든가, 악랄한
지하 괴물한테 발목이 잡혀 시커먼 동굴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통화 버튼을 누르려 해도 도무지 아무 것도 눈에 뵈는
게
없었다든가.
생각하는 동안에 다시 힘이 쭉 빠진다.
이놈의 휴대폰, 꼴도 보기 싫어!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 따위 물건을 발명한 걸까.
책중에서...
별 것 아닌 것에 토라져 심사가 뒤틀린 주인공이 한
마디 내뱉었더니 뱁새같은 녀석인 동료 다케오가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난감한 주인공이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잔머리를 굴리는 과정을 재미있게
- 그러면서 몹시도 사실적으로(아마도 경험담일듯) -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다.사랑하는 사람과 자주 싸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해결책은 아주 쉽다. 누군가
먼저 다가가서 먼저 그것을 덮어두자고 주장하면 해결된다. 서로 사랑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헤어지기 위해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 커플이 라니라면 늘 그렇듯 서로를 먼저
용서하는 것이 장땡이다. 그럼으로 자신을 구원하고 동시에 구원해 준 자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상책인 게다.다소 과장되게 그린듯한 캐릭터같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또 그게 그런것 같지도 않고, 몹시 지루한 일상을 담담하게
늘어놓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세상사가 다 그렇듯 지루한 것이기에 지은이의
주장에 섵불리 반기를 들수도 없는 노릇이다.공짜 좋아하다 머리숱이 점점 줄어가는 요즘 그래도 공짜로 책을 주는 인터넷 서점의 호의에 잠시 즐거워하기도 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빤한 일본스타일의 일상소설이 즐거운 독자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만족스런 소설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