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김은경 징계, 너무 심하다

세상 2008/02/05 18:50 Posted by 버트
다들 알다시피 얼마전 우리은행의 여자농구선수가 경기도중 상대팀 매치업 선수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선수는 경기중 즉각 퇴장당했다. 김은경 선수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상대선수 김수연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해서 평소 여자농구가 무슨 스포츠인지 모르는 인간들에게까지 분노를 사고 말았다.

발단이야 어쨌든 폭력을 행사한 선수를 그냥 묵과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스포츠는 룰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비록 징계수위가 성문화되어 있지 않았다하더라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여자 농구리그 WKBL의 이강법 재정상벌위원장은 반드시 처단하라는 인간들의 성화를 등에 업고 반칙금 300만원과 2007-2008시즌 잔여경기 출장정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팬들을 가장한 분노한 인간들의 화는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왜일까?


* * *


이 사건은 1999년 메이저리그의 한 경기가 떠올리게 한다. 6월 6일 낯경기였다. 국민적 야구영웅 박찬호. 초반 에너하임을 틀어막던 박찬호는 4회부터 특유의 난조끼를 보이기 시작한다. 모 본에게 깨끗한 우전안타를 맞더니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 4점을 내 준 다져스와 중심에 서 있던 박찬호. 약 좀 받았나보다. 5회말 다저스 공격이 분노의 시작이었다. 상대팀 투수 노장 팀 벨처는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키며 1루에 천천히 뛰어가며 아웃되던 박찬호의 가슴팍을 홍키공으로 찍었다. 그냥 아웃시켜도 될 상황에 패전투수의 위기상황에 몰린 동양인 투수의 기분은 급전직하했다. 잠깐의 말다툼이 벌어지더니 순식간에 이단 옆차기로 날라가는 박찬호의 모습이 TV를 보는 대한민국 전 가구로 실시간 전송되고 말았다. 통쾌한 옆차기 였다. 단순히 주먹다짐만을 고려한 팀 벨처는 순간 몹시 당황하며 허공으로 주먹을 내뻗고 말았다. 그 후엔 뻔한 스토리. 덕아웃을 달구던 양측 선수들이 개때같이 몰려나와 몸싸움을 벌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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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메이져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차기!

박 찬호는 즉각 퇴장당했지만 다져스는 그후 특정 선수 퇴장 후 선수단이 하나가 되는 스포츠 특유의 캐미스트리 덕분에 경기를 뒤집어 결국 7:4로 역전승 했다. 피해자이자 어쩌면 은밀한 가해자일수도 있는 에너하임의 팀 벨처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특별히 박찬호 언급하며 욕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싸울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구심이 계속 던지게 해줘 고맙다. 허벅지에 스파이크 자국이 있고 오른팔에 멍이 들었는데 박찬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다"

스포츠는 사실 총성없는 전쟁인지라 상대방의 도발로 마음의 평정을 잃는 선수는 언제든 나오게 되어 있다. 그 보다 오히려 폭력을 조장해 상대를 침몰시키고자 트래시 토크를 구사하거나 상대방을 은밀하게 가격하는 치사한 폭력따위가 더욱 심각한 병패일 것이다.

폭력을 행사한 김은경 선수가 영구제명까지 나오게 된 것에는 한마디로 '마녀사냥'일 뿐이다. 폭행을 당한 김수연 선수가 일본 선수였거나, 지겹도록 지루한 턱수염으로 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미국 쇼트트랙의 간판 오노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인간들은 김은경이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성하는 모습의 결여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조신하게 스포츠를 관란하는 선비들의 피를 끓게 하는 것인가보다. 극렬한 움직임이 있는 스포츠에 비록 자신이 잘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금방 사죄하는 꼬락서니도 솔직히 반갑지 않다. 자신이 한 행동이 과했어도 그 행동을 믿고 행동한 선수에게도 나름의 논리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은 옳다. 하지만 반성할 시간을 주지 않고 구석에 몰아세우고 돌을 던지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일부 새디스트들의 먹잇감 사냥에 일환을 사회적 통념으로 확대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관행은 스포츠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

다시 박찬호로 돌아가 보자. 그는 팀 벨처를 신비한 동양의 킥으로 격침시킨 후 중징계를 받았다. 레너드 콜먼 당시 내셔널리그 회장은 애너하임전에서 난투극을 벌이다 퇴장당한 다저스 박찬호에게 3일후 ‘7경기 출장 정지에 벌금 3,000달러(약 300만원)’의 중징계를 부과했다.이에 우리의 국민적 영웅 박찬호는 수줍게 사과했을까?

당시 스포츠서울이 인용한 인터뷰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지나친 징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고 더 이상 이 일에 매달리기 싫어 이의신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작금의 한국 스포츠계에서 바라는 도덕적 언사와는 거리가 있다. 박찬호는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도 추호도 기가 죽지 않았고 오히려 미메이져리그 사무국의 처사를 비난했다. 골수 한국인인 나같은 인간도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가 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해 다시한번 멋진 옆차기를 선사해주길 바랬다. 한국인을 멸시했다고 박찬호가 주장하지 않았던가. 나는 한국인으로서 오히려 기죽지 않고 태권도의 고난도 기술을 보여준 박찬호가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기사를 잘 읽어보면 말미에 이런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에이전트 스티브 김은 박찬호가 난투극의 당사자였던 애너하임 투수 벨처에게도 조만간 사과의 뜻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박찬호는 이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글쎄요”라고만 답변, 사과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내 대조를 보였다

이 사건을 텔레비젼으로 지켜 본 현장의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시각도 궁금하지 않은가? 같은 날 스포츠투데이는 이렇게 보도했다.

박정태 롯데 2루수=물론 참는 것이 더 좋았겠지만 한번쯤 그런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더구나 상대투수의 태그동작상 복부를 강하게 미는 모습도 있었던 만큼 기왕이면 좀더 확실하게 행동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을 것이다. 내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퇴장당할 각오하고 강하게 응징했을 것이다.

사실 박정태는 박찬호의 말만 믿고 이렇게 이야기 했던 것이다. 상대팀 선수나 커미셔너의 징계따위엔 별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박찬호는 자랑스런 우리나라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를 자유롭게 했다. 이 사건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호들갑스러운 미국인들은 경악하며 통상 그냥 싸웠을 경우의 3경기­벌금 1,000달러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징계가 내림으로서 일벌백계했던 것이다. 그런대도 우리의 찬호는 반성은 커녕 분노가 쉬이 가시지 않았음은 물론 자신의 행동이 지나친 점은 인정했으나 그렇다고 사죄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어라? 마치 데쟈뷰 같다. 김은경과 어쩜 이렇게 비슷한가. 사과하지 않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만약 김은경이 이단 옆차기로 김수연 선수를 가격했으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즉심에 회부돼 총살형을 받았을 것이다.

개 나 소도 태어날 때부터 알고있듯이 경기장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차세대 꿈나무가 될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유치원에선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상대당 선수들에게 삼단 옆차기를 날리는 방송 따위를 틀어주지 않는 것이리라.

그렇다고해서 중세시대식 마녀사냥은 곤란하다. 폭력이 싫은 만큼 용서가 중요한 것이다. 폭력을 행사한 선수가 뉘우치지 않는다고 영구제명 카드를 꺼내는 것은 치졸한 짓거리다. 관용은 이럴때 그 가치를 발하는 것이다. 제명이 아닌 제발방지가 우선이다. 그렇기에, 미성숙하고 어린 선수들이 수십년간 갈고닦아 온 직업을 순간적인 분노로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

박찬호는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7게임 출장정지는 솔직히 1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면 그뿐인 눈가리고 아웅식의 징계였다. 박찬
호를 징계한 메이져리그 사무국은 그것을 모를리 없었다. 박찬호가 툭하면 몸을 푸는 셋업맨이었거나 팀의 중심타자였다면 이것은 엄청난 징계였을 터다.

매일매일 팬들이 존재하는지 왜 자신이 이렇게 박터지게 운동을 해야하는지 동기부여가 부족한 여자농구 선수들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인 정선민 선수의 독백은 비수처럼 가슴을 엔다. "언제부터 여자농구 팬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모르겠다."

말은 지금 여자농구판의 현실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조섞인 현장의 목소리다. 관심없는 참새들의 쓸데없는 분노에 휩쓸려 재능있는 한 선수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겠다.

당시 박찬호가 몸 담았던 다져스의 주장이었던 에릭 영 선수의 코멘트로 마무리할까 한다.

에릭 영 다저스 2루수=오늘 박찬호의 행동은 동료 선수들에게 더욱 더 존경을 받을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게 스포츠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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