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우 : 성룡의 미라클보다 더 재밌다구!
박용우를 처음 본 영화는 '쉬리'였고, 그를 배우로써 처음 주목한
영화는 '혈의누'였다. 그의 코믹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영화가 '달콤, 살벌한 연인'이었다면, 바로
이 영화 '원스 어펀 어 타임'은 그의 시침뚝 연기의 결정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로 어느 정도 멜로성도 확인했기에 이 정도면 멀티
연기가 가능한 연기자로 인정해도 나쁘지 않을 지경이다. 척박한 방화계의 배우기근에서 그의
존재는 밀알과도 같다. 위의 스틸사진만 보면 어쩐지 홍콩 무술영화계 악당의 대부(?)
원화元華
의 간지를 닮았다.
내가 원화!
영화는 해방
D-3일로부터 시작된다. 타민족의 압박으로 삶이 몹시 부박했던 무렵의 반도. 그 안에선
핍박속에서도 민족의 얼을 굴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할 수 있는 민초들이
분명 존재했으니 그들이 바로 이 영화의 박용우 이하 피플들이었다. 석굴암 본존불상
이마에 박혀 있던 다이아몬드. 일명 동방의 빛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오봉구와
춘자 그리고 약간 덜익힌듯한 두뇌를 걸죽한 사투리와 피끓는 애국심으로 커버한 구락부
사장과 요리사의 분투가 어우러져 한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사장역의 성동일과 그의 후배이자 주방장인 조희봉의 재치있는
연기는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영화를 힘있게 떠받친다. 영화는 솔직히 춘자역할에 다소
무리가 있었던 이보영의 날선 대사따위나 캐릭터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던 박용우의 조금
뻘쭘한 몸짓을 잊게 해주기 충분하다. 일장기를 떼어내는 코믹씬이나, 특히 일본군 장교를
암살하려는 두사람의 고군분투를 실감나게 묘사한 마지막 씬은 오우삼의 총격씬을 추억하게 하는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 둘이 너무 고생스럽게 영화를 이끌어주는 바람에 자칫
춘자와 봉구가 빛을 잃을까 두려울지경이었다.
성동일과 조희봉 : 우리가 없었으면 동방의 빛은 의미가 없었어!
그리고, 야마다
역할의 김수현. 그의 놀랍도록 정확한 한글 구사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박용우가 계속해서
'동방의 빛'을 동방의 비슬이라고 발음하느라 보는 이의 귀를 어지럽힐 때 일본군의
충실한 개 역할에 전념하는 중좌가 오히려 또박또박 동방의 비츨이라고 발음하던 장면은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이 영화가 통괘한 것은 일본인들은
쓸데없이 정색하며 미간에 낀 주름을 풀지 않는 반면에 조선인들은 대부분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일제강점기에 모든 이가 암울하게 살았을거란 착각으로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 모두가 재미없는 사람으로 치부될수도 있는 뻔한 시선을 감독은
거부했다. 유머와 해학은 비단 한국인의 기본 자세라기보다 인간의 목표나 다름없다. 쓸데없이
진지하고 타민족을 억압하느라 등골휘게 스트레스를 받는 족속들과 달리 비록 주권을 잃었지만
개인의 가치는 저버리지않고 당당하게 살았갔을 많은 동포들의 긍정적인 삶을 나는 더욱
사랑한다.
김수현 : 난 비록 매국노지만 발음은 최고야!
이 영화는 아마도 음침하고 암울하기만 사람들로
가득한 20세기초 경성인들중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않고 나름대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인간들이
존재했을거란 당연한 진리를 쉽게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밝고 재밌는 식민시대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영화는 도덕교과서가 아니다. 집단적 암울한 과거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신음해야만 하는 사고를 탈피하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2008년 설 최고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