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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를 전장으로 내 몬것은 탈리스가족이 아니다. 잉글랜드다!

어린 날 돌이키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죄다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라고 해서 모든 것을 용서받기란 어덜트들의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지져분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의 가식적인 교욱을 받은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브라이어니도 예왼 아니었다. 고집스럽고 경박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을 앞뒤재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재단하는 짓거리 말이다. 그것은 물론 성인들의 주입식 교육탓이겠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도 내포되었다. 로비를 좋아했다는 것. 물론 풋사랑이다. 하지만 풋사랑과 익은 사랑의 차이는 없다. 사랑은 다 비슷한 정도의 열정을 지니며 경우에 따라선 풋사랑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에 의해 체득한다.

로비, 초반 주인집의 배려로 가정부의 아들인 미천한 신분인 자신이 케임브릿지대학까지 나온 것도 따지고보면 컴플렉스의 연장일뿐이다. 하지만 그는 나이브하다. 가진 자에게 말못할 열등감을 가질순 있어도 그들을 저주하진 않았다. 그 점이 그와 세실리아를 연결해줄 있었던 점이기도 하다. 사랑하면 신분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안일한 발상은 그를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도입부에 로비, 쎄씰리아, 브라이오니의 세 사람의 관점으로 영화가 맞물리는 씬들은 신선했다. 그러나 그 후는 몹시 지루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아이의 치기어린 질투로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이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에 어째서 속죄할 인간이 브라이오니 뿐일까. 로비를 케임브릿지씩이나 보내면서 자신들의 자비심을 과시했던 탈리스 집안의 차가운 눈길은 속죄의 범위에서 제외될 있을까? 또한 범죄자를 전장으로 몰아내는 파렴치한 짓을 애국이라고 일컬었던 처칠정부는 속죄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성인이되고 자신의 경험담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릴 무렵, 그가 대담에서 밝힌 속죄의 의미는 참으로 민망할 따름이다. 사회와 국가적 난제속에서 절멸해간 수 많은 유무명의 커플들에 대한 보상도 결국 브라이오니 자신의 몫일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앉아 있는 좌석이 조금 불편해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거대집단, 이를테면 나라나 그 나라가 속한 더 큰 덩치의 집단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이끌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있다. 또한 그러한 큰 덩치의 사과를 일개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시스템의 교묘함도 간파하게 된다. 틈만나면 애국을 외치며 피플들을 사지로 내모는 집단 스스로의 진정한 성찰이나 반성이 결여된 한 인간 따위의 반성으로는 아쉽게 절멸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랠수 없다.

브라이오니는 어렸다. 하지만 나라나 사회는 어린 그녀를 이용해 전쟁을 일으키고 애국에 동원했다. 내가 은퇴를 결심한 브라이오니의 거대한 뒷북을 용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연유일게다.




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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