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의 리플없는 블로거의 궁상

일쌍 2008/02/25 12:41 Posted by 버트
가끔, 내 블로그를 보며 안타까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어째서 삽질할 시간 줄여 참 공들여 쓴 글 따위엔 단 한 단어조차 리플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슬프다. 늘 그런것은 아니다. 가끔 그런 마음에 몹시 슬퍼질 때가 있다는 말이다.

나는 몇몇의 단골 블로거를 갖는다. 온라인 배달사원의 친절함은 조간 석간의 구별이 없다. 거의 실시간으로 배달되어 내 랩탑 앞에 도착해 내가 클릭하기를 바라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들의 따끈한 새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그 새 줄의 립흘을 휘갈기고 떠나갔다. 매끈한 리플란이 어느 새 매너를 갖춘 한결같은 리플이 한 줄 달린다.


- 너무 부러워요.

또는,

- 너무 깔끔해요.

아니면,

- 너무 멋있어요.


뭐가 그렇게 부럽고 깔끔하고 멋있단 말인가. 그 따위 상투적인 리플들을 다는 인간들의 컴퓨터를 수거해 광화문 로터리에서 집단 화형식이라도 열고 싶을 정도다. 이러다 보면 포스팅을 파악하고 3억개정도의 리플을 달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곧 발명될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으며 프로그램을 돌리는 거다. 이를 다 닦을 무렵이면 어느새 자신이 구독하는 블로그에 일일이 상황에 상응하는 리풀이 달린다. 이 시스템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상대방도 같은 프로그램을 돌리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이러다가는 약 3억개의 다양한 포스팅을 생산할 수 있는 블로그 포스팅 전용 프로그램도 개발될지 모르겠다. 그렇게되면 블로그는 참 어떨지.

- 별로 부럽지 않아요.

또는,

- 더러워요.

아니면,

- 몹시 상투적인 글이에요.


라고 딴지를 걸어주는 리플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애정을 뜸뿍 담긴 글이라 혼자 착각해(또는 이래야 자신의 블로그에 답방해 리플을 달아줄 것을 기대하며) 상대의 블로그에 습관적으로 리플을 다는 인간들이 지겨울 따름이다. 그런 리플을 읽어보면 대체 작자가 내 글을 단 한 줄이라도 읽어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내게도 정말 마음이 삭막해지는 날이 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열흘이상 만나지 못한 때에는 극에 달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포스팅을 한다. 그리고 내 블로그에 기웃거리는 피플들에게 적선을 한다. 한 푼만 아니 한 줄만 줍쇼. 라고. 하지만 그들은 결정적으로 그럴때만 침묵한다. 내가 가슴 졸여 글엔 정적 침묵의 리플만이 수 억개씩 주렁주렁 달려 글쓴이의 목을 조른다.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고 숨을 고른다. 님을 태워 날랐던 저 야속한 인천공항쪽을 향해 거친소리로 외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 글에 달린 무수한 침묵의 리플들은 나의 그러한 안타까움을 비웃기만 한다. 그럴 때는 정말,

- 너무 안타까워요.

또는,

- 기운 내세요.

아니면,

- 며칠되었다고 호들갑모드 발동?



따위의 싸구려 리플들이 그리워진다. 그것은 집에 산해진미를 쌓아두고서도 까탈스럽게 오늘은 신라면이 먹고 싶어. 라고 주절거리는 졸부들의 지랄맞은 입맛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것은 진정 누군가를 보고 싶어 늘 애태우던 가슴속에 다시 상대의 이미지를 곱게 다려 보관하기를 반복하는 슬픈 짐승의 절규와도 같은 것이다.

아무런 감동없는 리플 하나 달리지 않은 침묵의 포스트를 바라보면 그렇게 애처로울수가 없다. 주인에게 버림받아 며칠째 밥을 못먹고 거리를 싸돌아다니는 비맞은 개보다 더욱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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