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그러면서 어느 정도 격렬한, 그런 일쌍.
- 집들이를
했다. 나는 매번 집들이를 한다. 그 만큼 이사를 많이 한다는 뜻이리라.
규모는 작게 (일단 집이 작으니 별 수 없다) 먹을거리는 알차게라는 슬로건을
표방한다.
- 집들이는 간단한 홈파티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니 차이점은 없다.
- 블매따지와 세 번의 집들이인 셈이다. 뚝섬에서, 노원에서, 그리고 청량리에서.
- 뚝섬에선 오뎅탕 따위의 안주거리로, 노원에선 돼지갈비찜을 위시한 약간의 한식 명절상풍으로. (미안하다,
혼자 명절을 맞이하는 인간들은 명절상도 조촐한 법이다.) 그리고 이번엔 코스코 풍으로
준비했다.
- 틸사마와 이틀전에 코스코를 습격해 제법 많은 종류의 완제품 (대개
데우거나 끓이기만 하는 것으로) 을 사왔다. 손수 음식을 하지 않은 이유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귀찮기 때문이다. 손이 귀찮은 게 아니라 동네에
덜 적응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설득력이 풍부하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 그라운드
제로로 이사오고 나서 실감이 잘 안난다. 8층이상의 고층 생활을 다년간 거친
후의 후유증 같은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 그럼에도 왜 서둘러 집들이를
했냐하면 3월 일본여행과 5월 전주영화제의 중간인 4월이 가장 퍼펙트한 달일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4월은 먼저 살다간 유명인의 말 대로 잔인했다.
- 이번 모임은 주최자가 만취하면서 결과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 어쨌거나 의욕적으로 자주 아이들을 부르려고 한 결심을 내다 버렸다. 이유는
많지만 밝히고 싶지 않다. 나중에 틸사마의 세상 살아가는 요령을 추렴해서 의지를
곧추 세웠더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조금식 손해보는 삶에 슬슬 염증이 난다.
- 블매의 정신은 그대로지만 (무슨 정신씩이나?!!!) 형체는 사라졌다. 나는 이제 더욱 솔로로 놀아줄 셈이다. 무리한 초대나 성의없는 방문은 오고가는 모든 사람들 즉 게스트와 주최측 모두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임을 배웠다.
- 결국 늘 혼자 남아 행사를 돌이켜보고나면 남는 것은 틸사마와
빈접씨 뿐이다. 그나마 이번엔 틸씨가 많은 량의 디시워시를 해치워 주셔서 다행이었다.
고마운 인생. She is great, isn't she? (이 대사는 난 참
많이도 우려 먹는다!)
- 기대는 우둔한 사람들의 몫이다. 지나친 기대에
빠진자의 허무는 해지펀드가 빠져나간 황량한 코스피지수같은 것이다. 장기투자에 인색한 현대인에게 치고
빠지는 법칙은 객장이나 삶 전반에서도 동일한 가치를 생산해 낸다.
- 인걸은
간데없고. 제길.
- 끝으로 우리집에 찾아왔던 블매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
- 즐거웠다! 나름.
- 이번 집들이 점수 총 45점. 천점 만점에.

아이고 그림판에서 터치패드로 그리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