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 정의도 늘 부자들의 몫

  • Posted at 2008/05/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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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by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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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곧 법이요, 진리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배트맨이 나왔을 때 다수의 팬들은 즐거웠지만 몇몇은 시큰둥했다. 부르스 웨인의 시니어는 아들에게 정의를 실천하라고 가르치지만 그의 아들은 그의 아버지가 축척한 부에 대한 타당한 설명은 듣지못하고 자라났기 때문이다. 연일 파티를 즐기고 매력적인 섹시한 여기자인 (난 살아오면서 섹시한 여기자는 늘 영화속에서만 본다) 비키를 꼬시기에 여념이 없다. 부를 대물림한 부르스 웨인은 충직한 집사 알프레드를 종으로 부리고 정의를 실천한다. 조커는 사회악이지만 결국 무산계급일 뿐이다. 유산계급에 반항하는 무산계급에겐 평생 웃을 수 밖에 없는 퍼니 페이스로 살아가다가 수퍼히어로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비참하다.

아이언맨. 뉴 테크의 창조자 스타크는 무기산업체를 이끄는 수장이자 바람둥이 그리고 허벌나게 폼나는 부자다. 알콜중독이라고 주위에서 뒷담화를 즐기지만 그의 발달한 상체근육을 보면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더할나의 없이 건강하고(쇠갑옷을 입고 아무리 큰 충격을 받아도 손가락 하나 삐지 않는다) 머리가 좋고 부자인데다가 몹시도 유명한 불세출의 스타다. 상대할 여성은 기자에서 비서로 바뀌었을 뿐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스타크. 그가 자신이 만든 신무기를 아프가니스탄의 현장에서 미군장성들 앞에 시연하는 씬은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아찔하다. 수백개의 자미사일을 품은 거대 로켓이 공중으로 발사되더니 분열하며 반군이 숨어 있을거라 추정되는 곳곳의 동굴들을 폭격한다. 그리고 샴페인을 마신다. 이 영화를 보러 온 십대 초반의 초딩은 연신 쿨! 이라고 외친다. 그 아이는 머리가 굵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반군들은 온 인류의 적이라는 세계관이 고착될 것이다. 착찹하다.

죽다 살아난 스타크는 아이언맨으로 자신을 리빌딩한다. 아머수트를 입고 아프가니스탄으로 직접 날아가 80년대 후반 람보가 그러했듯이 적들을 깡그리 말살한다. 영화는 친절하게 그들 자신이 그들 동족을 죽이는 씬을 삽입 해 아이언맨의 응징, 그 정당성을 설명한다. 개만도 못한 테러리스트이자 동족상잔의 비극을 만든 작자들은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게 모든 정의의 근간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 영화에 나오는 반군들이 늘 그러하듯 미국의 무기판매회사에 충성을 다한 죄 밖에는 없었다. 결국 US 정부가 승인한 단체나 세력에게만 무기를 팔고 그 나머지 인간들은 판매된 무기에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수가 절로 나온다.

만약 액션영화 한 편 보면서 뭐 그리 주접스러운 잡념을 늘어놓느냐고 하자면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도 또 북한정권도 해외에 자국이 만든 무기를 내다파는 데에 혈안인 나라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메이져와 마이너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아이언맨이 활약할 곳으로 2편에선 북한을 선택할까봐 고민스럽다. 아시아는 그들의 무기 시험장이 아니다. 구태여 자신이 판 무기들을 실험하고 관망하고 박수치려면 북미나 구라파를 거점으로 했으면 싶다. 아프가니스탄도 시리아도 북한도 미국이 마음대로 처들어가 신무기를 시험하고 전사자들의 수를 체크해 더 많은 살상을 이끌어내는 시험의 장이 아니다. 그곳에도 무기를 만들고 점검하고 사용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그런 산업과 무관한 시민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켈리포니아나 뉴욕에서 신무기를 시험하고 수많은 무장반군들을 사살해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면 정세가 불안정한 아시아 곳곳에서 그들만의 정의를 실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또한 닭모가지처럼 쉽게 비틀 수 없는 진실이다. 무기상이 무기를 팔 때는 정의의 또 다른 이름이고 결국 자신이 판 무기들이 총구가 어처구니없이 자신들을 겨냥할 때는 응징해야 할 악이라는 논리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차라리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박터지게 싸우는 싸구려 영화가 이 것보다는 훨씬 교훈적이다. 그들은 적어도 타 종족 (에일리언의 입장에선 인간 역시 에일리언일 뿐이다) 과의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한다. 부의 축적을 위한 자본주의자들의 신흥시장개척이만이 전쟁의 목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화려한 엔드크레딧 씬에 나는 눈을 감고 2편에서는 제발 아이언맨의 희생자가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나 또는 그 시민이 아니길 기도하며 극장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