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이질적인 문화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밥을 먹을 때의 몸짓들일 것이다. 그릇을 들고 먹는다거나 숟가락을
쓰지 않는 다든가 왁자지껄함에도 몹시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든가. 따위 말이다. 그 중 가장 기묘했던 것이 반찬을 집어 타인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는 행위였다. 깔끔이에 눈에는 타인의 타액이 묻은 젓가락이 단 반찬이 자신의 밥그릇 위에 올려 놓는 것이 게
짜증스럽게 느껴지겠지만 그것은 결국 문화의 차이일뿐이다. 젓가락으로 스푼질을 하지만 누구 하나 입안에 젓가락을 넣고 쪽쪽 빨지
않기 때문에 참을 만 한 것이다. 원래 깔끔이들은 밥 먹을 때 사용하는 연장을 입안에 넣고 치과의사 처럼 잇몸이나 이 사이를
구석구석 헤집지 않는 법이다. 그저 가볍게 입 안에 넣고 집고 있는 음식쪼가리를 드랍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유덕화 가 오천련의 밥그릇 위에 반찬을 드랍하는 씬이 내 뇌리에 깊숙히 박힌 것일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틸사마와 밥을 먹을 때 늘 그의 밥그릇 위에 반찬을 드랍한다. 주로 생선류. 그는 생선을 잘 발리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에 입각하면 낙제수준이다. 생선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생선 먹기를 두려워 하거나 무시하게 된다. 그녀가 아이시절 아마도 엄마가 지져분하게 생선을 발라 먹는다고 혼 꽤나 났을 법 하다. 나는 그런 마흔이 된 여자친구를 보면서 여덟살의 계집아이와 오버랩되는 식사 씬을 자주 본다. 고집이 센 아이였을 여자친구는 분명 더 잘하려고 하지 않고 아예 생선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고깝지만 그래도 자식임을 인지해야 하는 엄마로서는 분명 살을 잘 발라서 그녀의 밥그릇 위에 가지런히 놓아주었을 것이다. 아이때는 그러한 시스템으로 세상을 학습한다. 그것이 부모의 사랑이라고 학습하고 동시에 생선발리기 선수로 세계를 제패하지 않을 바엔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자습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녀의 밥그릇 위에 생선을 발려 얹어 놓는 것은 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나는 자연스레 그런 행위를 즐긴다. 나는 내 여친의 아빠가 아니다. 의무는 없다.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러운 작은 행동이다. 나는 중국사람으로 자주 오해를 받지만 사실 한국 사람이다. 그렇다고 중국인처럼 반찬 올리기를 생활화한 집에서 자라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그의 밥그릇 위에 생선을 올리는 행위를 스스로 깨우쳤다. 생선발리기를 잘 못하는 그녀의 과거가 딱히 정답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분주하게 움직이 젓가락질은 많은 정보를 주고 또한 많은 것들을 암시한다. 추측이 가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해야 할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인지를 바탕으로 추측하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해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신의 밥그릇이나 수북히 퍼 올린 숟가락 위에 생선살이나 고기덩어리가 올라오면 꽤 당황한 몸짓을 보였었다. 아주 미묘하고 작은 제스추어였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은 더러울지 모른다는 일종의 기초적인 방어일수도 있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족이외의 인간에게 받아보지 못한 행동이기에 당황했던 것일 수도 있다. 요컨대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살짝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도 같다. 나는 갈등한다. 이런 행동을 계속하면 혹시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내색하지 않기위해 나름의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러한 행동에 나름대로 원칙이 있었고 그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행동은 결국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고 틸사마는 더 이상 부담스러워 하지 (실제로 부담스러워 했다면 말이다) 않는 것 같았다. 이것은 관철이 아니다. 내 마음의 실천일 뿐이다. 나는 다만 상대가 내 기분을 이해해주기 바랐다.
잘 익은 생선살을 바르는 것은 참 귀찮은 일이다. 잘 쪄내 살이 확 오른 게를 분해하는 것보다야 쉽겠지만 그래도 입안에 털어 넣고 씹기만 하면 되는 여타 음식과는 다르다. 고도의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렇게나 연장질을 하게 되면 살이 잘게 부서져 밑에 퍼진 생선기름과 뒤범벅이 되기 십상이다. 모름지기 식사시 연장사용은 나름의 원칙과 노하우가 필수적인 법이다. 나는 그러한 노고와 귀찮음의 첫 순간을 담아 여자친구의 밥그릇 위에 올려 놓는 것이 좋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런 행동을 해 주고 싶다. 상대의 부담이 제로가 되는 세상에 태어난다면 나는 누구에개랄것 없이 그런 짓거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리라.
이틀 전 일요일 틸사마와 나는 명동을 걸었다. 그렇다 일요일은 우리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그가 명동의 단골칼국수집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공사중으로 몇군데 밖에 영업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우리의 단골이 영업하지 않는 가게 중에 하나였다. 아쉽게 그 자리를 뜬 우리는 근처의 랜럼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이 자신있다고 주장하는 갈치조림을 2인 시켰다. 사실 2인기준이라 해서 다른 것을 시킬 수 없었다. 찌개가 끓는 시간동안 잡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조림이 나왔다. 양은에 무우를 끔지막하니 썰어 놓은 매운 갈치조림이었다. 생선을 잘 바른 그녀가 우와 이거 왕건이다. 하고 생선살을 내 입으로 밀어 넣었다.
시냇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나는 3년의 생선발리기 끝에 결국 여친이 내미는 생선살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3년간 생선을 부지런히 발라 그의 밥그릇에 올려 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계획적으로 3년 간격으로 내 뱉어 희소성을 키워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 했던 옛 세대의 부자연스러운 애정행각과는 차별되어야 하는 그런 감격 말이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반공기 식사로 자신 몫의 생선이 남아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인간이다. 나는 그런 것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작은 변화다. 라고.
물론 그것은 나로선 몹시 바라던 것이며 또한 긍적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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