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역방향 여행이라 승객이 드믄드믄이다. 몇 안되는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좌석과 방향, 차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시간은 아홉시를
넘어
반을 향하고 있다. 나는 방금 T를 만났다. 여러가지 하고픈 말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특히 주말 단 한 번의 조우를 R의 등장으로
방해
받았을까봐 마음이 쓰였다. 제대로 된 사랑을 주고받지 못했다. 나는 그게
염려스러웠다.
마침 월요일임에도 이른 퇴근이 결정되었다. 나는 주저없이 메시지를 날렸다.
가도
되냐. 와도 된다. 의 가벼운 대화가 핸드폰의 액정속에서 명멸했다. 나는
오랜만에
7호선에 몸을 싣고 달포이상 방치했다가 최근 가지고 다니던 소설을 꺼냈다.
그리고
차분하게 읽었다.
한 시간의 기다림이 있었다. 역전다방 Hollys Coffee
는
한산했다. 아이스 라테 Iced latte 의 값을 지불하고 습관적으로 랩탑을
꺼냈다.
그리고 다음 날로 임박한 카드 값을 정산했다. 늘 그렇듯이 이
시점엔
약간의 조정이 오간다. 계좌에 돈을 채우고 빠져나간 금액만큼 일정부분의 빚이
발생한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Spotless
Mind.에
관해 상상하면서 고메즈 Gomez 의 세상을 봐라 See the World를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유명 시인이 이야기하는 Spotless Mind란 어떤 걸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점 하나 없는 깔끔한 마음을
갖고
싶다. 그런 게 인간사회에 존재한다면 정말 그러고 싶다. 거울에 비춰진
점
하나 없는 내 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것은 당연한거야. 내
마음이니까.
하고 으시대고도 싶다. 시간은 역방향의 지하철만큼 무심하고 빠르게 흐른다. 자정에
임박하면
시간엔 터보엔진이 장착된다. 바퀴를 갈고 엔진오일을 갈아주기만 하면 시간당 300마일을
주파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너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고기를 굽자는 것은 작은 핑계였다. 나는
그를
만날 때 늘 핑계를 양산한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핑계속에서
나는
내가 할 말을 늘어 놓는다. 상대가 요령있게 습득하기를 바라면 이런
저런
것들을 흩어 늘어 놓는다. 그러나 오늘은 고기만을 구웠다.
사랑이 어려운 것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사랑에
목을 맨다. 내가 오랜 세월 사랑을 멀리한 것은 이성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이유 그 이전에 그러한 목마름을 보상받지 못할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배가 고프고, 고기가 구워지고 허기를 채우면 그만인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먹기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은 배가 채워진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알고 있다. 로미오와 뎀 줄리엣이 우스운 것은 그들이 밥을 먹는 씬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영원할지도 몰라도 인간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배가 고프면 사랑도 말라 비틀어진 오뎅볶음보다도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This is my Life
기운을 내자. Spot Free한 Mind를 꿈꿔도 내 마음은 늘 얼룩져
있다.
인정할 것은 하고 넘어가자. 그것을 지우려고 나는 사랑을 한다. 전영록은
머리가
좋아서 Smart Ass 사랑을 연필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일찍
끝나면
사랑이 살아 숨쉬는 마을로 몸을 옮긴다. 마음이 뒤쳐질까봐 겁이 나긴
하지만
다행히도 내 마음은 교통수단이라는 일반적인 법칙에 구애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나와
함께
도착한다. 고마울 따름이다.
티켓을 넣고 플랫폼에 들어서기 전에 사랑한다고
제대로
말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고깃덩어리를 씹고 마른 반찬을 입에 연신
집어넣기
위해 내가 이곳을 온 것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쉬운 것은 없다.
그것이
사랑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욱 더 요령부득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전해지게 마련이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시간은 영원히 내 주변에 머물지 않아도, 그것을 주무를 여유는 아직
내게
충분하다.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
그 점을 늘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