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년시절을 기억한다.
누구나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라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좋았다.
그 때 배운 노래 몇개는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나로말할것 같으면
그럴
때가 있었다. 머리가 나빠지는 나이때에 들어서고 있지만 기억력은 아직 건재한
것이다.
어느 날 담임이 교탁 뒤에 서서 라이브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저도
부끄러운지 몹시 수줍은 목소리였다. 그는 남자선생이었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내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입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제목은 장미였던것 같고, 이것은 아마도 1절이었을 성
싶다.
물론 후렴도 있지만 그 부분은 닭살이 다수 솟아나는 부분인 관계로
생략
한다. 문제는 1절인데. 아주 가볍게 쓴 가사
lyrics 지만 수십년이
지나 들어보니 과연 심플한게 감칠맛이 좔좔 흐른다.장미는 품종개량을 해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선진국의
효자상품이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장미들은 내가 알기로 99% 라이센스료를 지불해야 하는 처지일테다.
그러나
그런 것이 대순가.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네덜란드 풍차소년의 포켓에
들어가든지
대한민국 시골의 화훼마을 비닐하우스 제배농가 아자씨의 쌈지에 들어가든 내 알바
아니다.
그곳에 장미가 있고 그것을 나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손에 넣으면
그만인
것이다. 합리적인 것이다, 누가봐도 말이다.
빨간색이 최고라고 하지만 그것은 보수주의자들의 지겨운 원칙일 뿐이다. 마치 인간은
아리아
인종이 최고라며 유대집단들을 강제수용하고 박해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장미는
실로
다양하고 그것을 기분이나 취향에 따라 골라
잡숴 사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다가 세일을 하고 있는 장미의 군집을 보니 가방에 든 지갑이 요동을 쳤다. 일주일 내내 사이가 좋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간만에 그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맨손이 말 할 수 없이 부끄러워졌던 탓이
더 크다.
다발을 안길 때 기뻐할 여자의 얼굴을 떠
올려본다.
그리고 D.C. 에서 보내준 귀한 선물을 개시한다. 이른 바 그림
카드.
내가 좋아하는 Edward Hopper의 작품중에서 Chop Suey (1929)를 골랐다. 엽서
안쪽
여백에 몇 마디 남긴다. 사랑, 인생, 교제를 다룬 가벼운 내용이었다.
두서따위가
없는 가벼운 메모였지만 결론은 늘 그렇듯이 버킹검으로 마무리 해줬다. 꽃다발
속에
카드를 넣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번거로웅 일이다. 다발을 안고 길을
지나면
거리를 횡단하는 랜덤녀들이 흘끔거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적당히 즐기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 내 입 안에선 '장미' 라는 노래가 몇번이고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그가 분홍장미의 꽃말을 알아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