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커플 도쿄여행에서 느낀 내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 준비부족 ::: 사실상 약간의 돈 이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내
불찰이 크다. 평소에 너무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이른 바 낙관주의자적 시각에서는
"도쿄? 뭐 이웃도시쯤 방문하는 것이니까 괜찮아. 일단 도쿄어를 쓸줄 아니까 되었고,
한자도 좀 읽을줄 아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컸다. 결과적으로 그런
안이한 발상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야 하는 틸사마에게 알수없는 불안감을 안겨주었고
그것은 결국 여행내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서 작용했다.
- 건강부족
::: 여행은 역시 베스트 컨디션으로 떠나야 한다. 여행을 가기 전에 자신의
몸을 100%로 만들지 못한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확실히 두 사람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쿄를 빨빨거렸던
터라 틸사마는 중이염까지 걸렸던 것. 여행을 앞두고 운동이라도 해서 무엇인가 컨디션을
평소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
- 여유부족 ::: 짧은 시간내에 많은 것을
봐야 한다는 가난한 연인들의 10대적 발상이 쓰라림을 가져왔다. 여유없음은 초조함으로 분출되었고
그 초조함은 더 많은 여유를 앗아갔다. 덕분에 여행내내 나 답지 않게
약간 긴장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으며 (그래봐야 틸사마에 비하면 1/5도 안 긴장했겠지만,
나는 원래 긴장하지 않는 인간이며, 그러한 긴장상태를 몹시 경계한다.) 그것은 불필요한
행동의 과장으로 나타났다.
- 날씨부족 ::: 여자에겐 도쿄의 3월말은 좀 추웠던
것. 그것을 준비시키지 못해 여행내내 밤이 되면 둘 중 하나가 떨어야
했다.
그래도 도쿄여행이
좋았던
것은 틸사마가 적어도 1년전부터 기획해오고 준비해왔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괜한 자존심과
게으름
따위로 틸사마와 같은 레벨로 행동해버린 3월의 내가 참 아쉽다. 6월까지
반성모드중.
여행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같이
자봐야 상대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고.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선 역시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많은 것을 후회하게되고 그 후회만큼 조금씩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게 여행은 그런 것이다.
매년 해외여행을 가기로 잠정 합의를 보았다. 쉽지 않겠지만
몹시
어려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나다. 틸은 늘 준비되어 있다. 내가
문제다.
시간이 없다고 우기고 그만한 여유자금이 없다고 앙탈을 부린다. 그러나 결국
우리들은
매년 3월말에서 4월초순사이 한국을 떠날 것임을 알고 있다. 틸사마는 홍콩을
이야기한다.
그래 홍콩 좋다. 빅토리아 피크 정상에 올라 새로 산 카메라로
그
좋다는 홍콩의 밤모습을 담고 싶기도 하다. (물론 틸사마야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느라
분주하겠지만)
어쨌든 내년엔 홍콩이다. 올 봄의 치졸한 내 모습을
거울삼아
내년엔 조금 덜 치졸한 행태의 가이드로서, 또는 남자친구로서 최선을 다할
요량이다.
자, 블매다찌들이여, 그대들도 우리와 같이 내년에 홍콩가자. 내가 뿅가게 해줄게.
냐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