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원이 일주일에 140만원이라고?

  • Posted at 2008/07/03 17:27
  • Filed under 일쌍
  • Posted by 버트
나는 출,퇴근이 명확한 직업을 가진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불규칙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요컨데 퇴근시간이 불규칙하다는 것은 보통 6시이후 늦은 퇴근의 높낮이를 가리킨다. 6시이전에 퇴근하는 시간이 불규칙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기 퇴근을 할 수 있는 직업자체에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발동하겠는가. 고로 퇴근시각의 불규칙은 열시도 좋고 열한시도 좋다는 직업적 낙후성을 의미한다.

그런 터라 비교적 정확한 시각에 퇴근하는 무리에게 약속을 잡기 위해 수작을 거는 것은 나도 오늘 만큼은 너희들과 비슷한 시각에 끝난다는 이야기다. 골룸은 그러한 내 퇴근시간의 불규칙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라, 자주 꼬시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도 운좋게 일찍 끝난 난, 다동에 한 등갈비집에서 상대가 되어주러 나온 골룸에게 수작을 걸었다.

- 내가 그렇게 말했잖냐. 12일날로 하라고.
- 하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 11일이 뭐냐. 11일이. 그러면 먀년 7월 11일에 막내 (설마 또 낳는 것은 아니겠지?) 생일 잔치하고 다음날은 내 생일 잔치를 해야하니 피곤이 분산되잖냐.


이 집은 처음이지만 장사가 몹시 잘 되는 것 같다. 스텝들에게 무엇 하나 시키면 제때 가져오질 않고 대답만 읎조리다 사라진다.

- 썩을 것들, 암튼 앉고 두당 1인분씩 안겨주면 지들 할일이 끝난줄 안다니까.
- 그러나저러나 장사가 꽤 되는데요.
- 그러게. 아. 이번에 재수씨 몸은 어디서 푼다니?
- 아.
- 친정어머니도 몸이 안좋으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 그러게요. 더구나 처남과 같이 사는데 그쪽에도 최근 태어 난 아이가 있어서 처가행은 이래저래 무리인듯 합니다.
- 그렇구나. 그럼 어쩌냐? 아직 어린 아이들이 둘이나 되는데 와이프 몸 풀때까지 누가 좀 돌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
- 네. 그래서 조산원을 선택했어요. 이번엔.
- 아, 조산원!


나는 마흔이 내일 모렌데도 결혼도 하지 않은 늙어빠진 애송이(?)이기에 이런 상황은 드라마나 책에서밖에 줏어들은게 전부라 미처 조산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조차 모른다. 다만 이곳저곳에서 얼핏 줏어들어 감각적으로 그 뜻을 헤아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조산의 의미가 産으로만 알고 있어서 조산원이라고 하면 의례 인큐베이팅을 거쳐야 할 산부가 의료적 혜택을 거부하고 민간에 몸을 의탁하는 곳인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조산원의 조산이란 여기선 을 의미한다. 해산을 도와주는 곳을 말이다. 아, 무식한 인간 너의 다른 이름은 버트로고.

- 그렇구나, 조산원이라는 게 있구나. 산모를 도와주고 자립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있었구나, 우리 사회에. 그럼 집 근처로 얻겠구나.
- 네. 2주를 예약했습니다.
- 2주라.


2주면 산모가 건강해 사회에 확실히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인지 나는 알수 없었다.

- 가격이 안습이지만.
- 그래? 얼만데?
- 한 주에 140을 부르더군요.
- 뭐어어어어어어? 설마. 140만원?
- 네.
- 대체 무엇을 어떻게 삐까뻔쩍 요란하게 해 주길래 주당 170이나 받아 처먹는다더냐.


말뻔세가 지져분해지는 것은 의당 놀랄 때의 내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하지만 놀랍지 않은가. 주당 140을 달라니 이것은 정말 내 월급 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가 아니던가! 소외계층의 도시노동자의 한 달 벌이로도 채 한 주를 매꾸지 못할지경이다. 기묘한 세상이다. 한 주가 7일이니까 140을 7로 나누며 200,000원이다. 하루 요금이 이렇다는 이야기다. 이게 요즘 서울 변두리 조산원의 적정가격인가보다. 기막막혀 등갈비가 콧구멍으로 들어갈 지경이었다.

- 뭐 밥주고 재워주고 수발좀 들어주고 하는거죠.
- 맙소사. 야, 차라리 우리집에 네 와이프를 보내라. 내가 이주간 지극정성으로 돌봐줄게. 이주일에 280만원이랬지. 내가 200만 받을께. 아니다. 까짓꺼 딱 100만 줘라. 내가 돌봐줄테니. 회사는 년차를 확 내버리는거야. 니밀.


말하고보니 그럴싸했다. 이 참에 이걸로 알바를 뗘? 요리, 청소, 빨래에 능한 30대 후반 남자 조산원 24/7 수시대기! 저렴한 가격에 뼈속까지 스미는 지극정성! 버트 조산소! 청량리역 4번출구에서 쌍팔년도식 레드포니픽업을 찾으세요. 조산소까지 무료배송! 어때?

- 밥만 주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가지 일을 하나보데요.
- 어떤?
- 싸이코 떼라피도 하나봐요, 산후우울증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도 하고 레크레이션도 하고 뭐 종이접기도 하고 그러나 봅니다.
- 그래?
- 네.
- 체, 날로 먹진 않는 다는 거겠지.


체험해보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출산을 해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는 임산부들에겐 조산원은 꼭 필요한 장소일테다. 비싼 돈주고 뭐 남에게 맡기나 하겠지만 옆에 붙들여 수발을 들어주는 사람은 반드시 친정식구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 정당한 값을 주고 정당한 권리를 계획한 시기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 인구부족국가의 책임과도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 자녀 이상을 낳으라고 장려하는 정부의 목소리는 공허할 뿐이리라. 사회복지는 무엇인가. 우리가 눈여겨 보지 않는 곳에 복지가 필요로 하는 곳은 부지기수다. 조산원도 그 중에 하나다. 복지가 결여되어 있으니 조산원은 모든 비용은 산모와 그 가족에게만 떠 넘기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로보트가 아닌 사람인다음에야 어디 쉬운일인가. 쑥쑥 아이를 뽑고 밭으로 나가 바로 김을 멜수 있는 산모는 어디도 없다.

MB정부는 성장이 목표라 틈이 날때마다 강조한다. 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아갈 수 있지 않으냐고 말이다. 샴페인 조기개봉론을 들고나와 지금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성장의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노동자들이 까 놓은 아이들의 무탈없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있어야 한다. 터무니 없는 출산비용을 말 잘듣는 노동자부부와 그 가족에게 전가시키고 오로지 아이들의 대량생산만 바라는 무책임한 정부는 오늘도 뒷짐을 지고  시청앞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묘수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아이를 날 때마다 기백만원씩의 조산비용을 감수하며 이른바 국민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얼굴이 홧홧 달아 오른다.


* 늘 그렇듯이 정다운 리플러들이 지겨운 오해들을 하는 것 같아 쓸데없이 부연설명을 좀 하자면 이 글의 주제는 산후조리비가 없어 전전긍긍할 이 땅의 모든 가난한 산모와 그 가족을 생각해 보는 뜻에서 쓴 글임을 알려둔다. 제발, 조산원이 비싼 곳이기에 이용자들은 전부 부자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하기 위해 쓴 잡다한 글따위로 받아들이지좀 말아다오. 피곤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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