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의 성장영화 - 달려라 자전거

  • Posted at 2008/08/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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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by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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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만 부르지 않는다고 약속해주면 계속 응원해주고 싶은 여배우! 한효주!

한효주라는 배우. '여자, 정혜'와 '러브토크'를 만들었던 이윤기 감독의 3번째 장편인 <아주 특별한 손님>에 히로인. 뭐랄까. 끈끈한 맛이 있는 배우. 그가 제20회 싱가폴 국제 영화제를 타고 난 후 했던 인터뷰의 당돌함 (연기는 배우고 있나? 아니다. 잠깐 배운게 다다. - 이런 멘트는 연기의 천재들도 하지 않는 나태한 대답일 뿐이다. 석장이가 자신의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듯 무릇 연기자라고 하는 족속들도 자신이 연기로 밥을 먹겠다는 각오가 섰으면 꾸준히 연기공부를 해야한다.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다. 아마도 한효주는 당신 자신이 선천적으로 연기를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연기를 조금만 했다는 것은 김치찌개 백반을 시켜 놓고 기다리는 데 밥을 조금만 했다면서 반 공기만 갖다주고 자신의 음식 솜씨를 자찬하는 식당주인과도 같다. 요컨대 연기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더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라고 해야 나같은 찌질한 관객들이 안심하고 7,000원을 매표소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에 적잖히 실망했지만 어쨌든 나는 다시 그녀를 선택했다. 제목은 유치하기 이를데 없는 '달려라 자전거'란다. 달려라 하니! 이후 오랜만에 듣는 모션픽쳐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상처가 너무 깊다. 여자도 남자도 두 청춘의 그림자가 늦겨울의 오후처럼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관객인 나는 그들의 긴 그림자 속에 들어가 조금 떨면서 영화를 봐야 했다. 춥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삶면서 치유하는 것이다. 그게 삶이니까.

착하게 살고 싶어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의 착한 사람은 자신이 착한 것인지 잘 분간하지 못한다. 착함이라고 하는 성격의 가름은 본디 착함을 시기하는 - 그러니까 착함의 반대편에서 착실히 자신의 포인트를 획득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는 착하다. 라는 문장을 잘 사용하지 않고, 보통의 경우 '너 참 착하구나' 라고 치환해서 상대방을 높여주게 된다. 따라서 착함은 자신이 주장할 수도 또 착함을 실천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착함은 그렇기에 늘 수동적이다.

풍비박산난 집에서 소주를 반주삼아 남은 인생을 소비하는 가련한 가장 밑에서 9급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과의 조용한 타협이다. 타인을 원망하고 주변을 질시해봐야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것을 여자는 알고 있다. 그것은 착함이 아니다. 삶의 한 방식일 뿐이다. 구태여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이 그녀를 착하게 살아간다고 격려해주는 것은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 (또는 자신 역시 착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상대방도 알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연신 추파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라스트에 여자와 남자가 맺어지길 바라는 것은 비겁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결론은 언뜻 아쉬울수도 있으나 더욱 더 극악무도한(?) 해피엔딩이 우릴 아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앤드크래딧을 보고 있자니 왠 음치의 청춘이 천역던스럽게 소녀풍의 노래를 연신 줏어넘기고 있었다.

가사 : 한효주
노래 : 한효주

맙소사. 재능이 넘치는 이 여자는 아득해진 정신을 수습하는 나에게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다소 작위적이지만 스크린을 불사를 정도는 아니니 목하 연애중인 착한(?)소녀. 소년들에게 킬링 타임으로 손색이 없을 터. (철 없는 아저씨인 나로선 도시 전체를 다 때려 부수는 영화보다 이렇듯 말랑말랑한 멜랑꼴리적 영화가 덜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중앙시네마, 인디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