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

영화 2008/09/09 14:09 Posted by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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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둘은 참 잘 어울리더라, 우찌다와 쿠도칸

구속복을 입히지 않아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여자들에게도 무서운 것이 있었으니 그곳은 콰이어트룸. 조용한 방. 안방, 사랑방, 쪽방, 노래방 따위는 들어봤어도 조용한 방은 또 무엇이더냐. 일찌기 인간의 구분은 안미친sane과 안미치지않은insane이 아니었다. 남녀로소의 구분은 존재했지만 정신이 두고 다니는 사람과 반드시 정신을 챙겨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인간들은 나와다른 사람들을 가두어 격리하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에선 나와 다른 insane 사람들을 우러러보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지위가 하루아침에 급전직하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 놀고 먹는 의사들을 풀어 그들의 정신을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으로서 아직 격리되지 않은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비교분석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정상이라는 말 자체가 지닌 뜻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고도의 자본주의가 판을 피는 이 메마른 세상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에서 출발한 이론인가에 의구심이 든다. (자신을 포함한) 가진자들을 위한 세금 우대혜택을 펼치는 위정자들, 가진자들이 세금폭탄에서 벗어나야 돈을 풀게 되고, 그럼으로서 못가진자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져분한 싸구려 이론으로 중무장한 가련한 도시빈민들, 딸과 마누라를 미국에 보내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채팅에서 만난 어린 여자와 정기적으로 살을 부비는 중년들, 얼마 전까지 성과 돈을 상납받던 경찰들이 서장이 바뀌었다고 안면을 몰수하고 돈을 준 업주를 구속기소하는 경찰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비관해 자살을 기도했던 자유기고가 사꾸라짱. 당신들이 보기에 누가 더 광기어린 얼간이로 보이는가.

정신병원에 모인 사람들은 광기어린 집단적 히스테리의 희생자들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곳이 싫다고 자신을 학대하고 주변을 못살게 굴지만 정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곳은 정신나간 사람들이 모인 이 좁은 건물 안보다 더 치졸하고 더 옹졸하며 더 구역질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이 그 치졸하고 옹졸하며 구역질나는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며 바로 엊그제까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사실이다. 입원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결국 여태껏 자신이 받아들였던 온갖 부조리에 대한 자기부정일 뿐이다. 따라서, 환자로 탈바꿈한 사꾸라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병원을 빨리 나가고 싶은 사회적 나와 좀 이곳에 머물며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싶은 진정한 나의 분열을 겪는다. 분열극의 크라이막스로 그녀는 사회에서 그러모은 온갖 부조리한 찌꺼기들 (자신의 동거인인 텟짱마저) 을 포기하는 조건하에 사회로 재진입한다. 그것은 새출발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비정상을 향한 재도전일 뿐이다. 정상이냐 비정상이냐의 흑백논리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만 흘릴 수 있는 너그러운 웃음을 뒤로 하고 말이다.

흥미진진한 일본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뱀다리

몇가지 재미있는 캐스팅.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쿠라역의 우찌다 유키짱. 여기서의 몸놀림은 정말이지 최고다. 전성기 시절의 신은경을 능가하는 강단있는 보이쉬적 매력을 발산한다. 의룡 시즌 2에서 능력있는 로비스트역을 소화해 낼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세삼 그녀의 포스에 놀랐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쯔마라나이한 역에 목숨을 걸었지만 연할자체가 오바라서 그닥 새롭지는 않았다. 차라리 사꾸라의 남편 역을 맡았던 일본의 문제감독인 츠카모토 신야의 모습이 재미있다. 그는 생긴것은 영화에서처럼 딱 표준적 일본남성인데 영화는 조금 괴기스럽다. 최근에 본 그의 작품인 쌍생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료가 이 영화에서 수간호사로 나온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일찌기 그녀가 맡는 역할은 늘 이렇듯 수구적이거나 꼴통스럽다. 그녀를 캐스팅하는 이유가 그것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뭐 자신의 고정화된 스타일때문에 일이 떨어지지 않는 편인지도 모르겠고. 아오이 유우의 역할은 잔잔한 것이었는데 사실 라스트 씬을 제외하고도 늘 카리스마 넘쳤다. 연기를 할 줄 아는 아이는 연기를 하지 않아야 할 때도 존재감이 빛나는 법인가 보다. 또한 왕년의 아이돌스타였던 오오타께 시노부의 파렴치한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범사회적인 코드의 한 발로였을 뿐, 특별히 그녀가 다른 병자들보다 더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아니다!) 행각과 그로테스크한 양키가발.

끝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쿠도칸쿠로라는 작가겸 배우를 논하지 않을 없다. 쿠도칸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젊은 친구는 (이제 40세?) 그 동안 수많은 TV극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특히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각색으로 일약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그는 최근작인 타이거 앤도 드라곤까지 늘 일정한 시청률과 그것을 능가하는 오타쿠를 거느린 작가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런 그가 특유의 엄청난 뻐드렁니를 들어내며 우찌다 유키짱의 동거남으로 호흡을 맞추었다는 사실에서 새삼 캐스팅의 절묘함을 느껴본다. 깐느 그랑프리를 노리지 않는 한 이 역할은 당연히 그가 맡아야 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뱀다리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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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비프! Biff!

영화를 보면 우찌다짱이 츠마부키군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렸을 때 쿠도칸이 '박투더퓨쳐까요." 라고 지껄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웃었던 관객은 나 혼자였기에 부연 설명을 좀 하자. 로버트 저멕키스의 백 투 더 퓨쳐에서 과거로 간 마티는 아버지가 학교짱인 비프에게 시달리다가 우연히 강력한 펀지를 날려 비프를 K.O.시키는 장면을 패러디 것이다. 나는 80년대 본 그 영화의 그 장면의 강렬한 인상이 잊혀지지 않았던 터라 감독이 의도적으로 유치하게 만들었던 이 장면에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 뿐이다.

(증앙시네마 with 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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