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친년 -  이명희 지음/열림원 |
페미니즘은 내 인생에 있어서 거대한 도전이다. 숙명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나태에 빠진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어느 날,
여자인 내 여자친구가 그렇게 묻더라. "아, 이제 당신이 왜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여성주의에 빠져 드는지 알 것 같다." 4년간을 사귄 사람도
이제서야
그 사실을 조금 눈치챌정도로 페미니즘은 아직도 이 사회에서 요원하다.
페미니즘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목침을 집어던지며 흥분하는 인간들에게 나는 차라리 '휴머니즘'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하지만 인권이 자본주의에 발목잡힌 가부장적 세상에서는 휴머니즘도 결국 판타지속
유토피아일
뿐이다.
이 책은 이명희가 9명의 미친년이라는 소릴 들으며 거친
세상을
돌파해 나갔던 - 페미니스트들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이제
막 이 세상속으로 뛰어드는 어린 여성들에게 그들의 삶을 담보삼아 여성의
삶과
미래에 대해 멘토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이 책을 산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해갈의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이 책은 성공을 지향하고 성공만이 페미니즘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 기억될 소지가 있을지 몰라도 평범한 여성으로 올곧게 살아가고픈 이
땅의
보통여성들에겐 조금 먼 나라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학을
나온 중산층의 딸들만이 이 세상에 주체가 되어 존재하며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죽기 오분전까지 악을 쓴 창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여성주의로 이끄는 지름길이길
바라는 남자로서 더더욱 그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를테면 네가 지금 대학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특히
네가
여자라면 이 책은 다른 어떤 시시한 요리사진 따위를 늘어 놓은
실용서보다
읽어 볼 가치가 있다는 점에선 의심할 필요가 없으리라. 존경하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처럼 요리따위는 먹고 싶은 사람이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뱀다리
책 제목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이 책의 부제는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 이다)
지하철
퇴근길에 이 책을 열심히 일다가 내릴 때 쯤 책을 접자
옆에
서 있던 젊은 여자 둘이 웃었다. 아마도 미친년이라고 크게 인쇄된
내
책의 표지를 보았던 모양이다.
그 젊은 여성의 손에는
나란히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