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적잖은 불만이 쌓여있다. 연애초기 내가 뚝섬 살
때
데이트를 한 후 바래다 주기는 커녕 늘 자신이 나를 보기
위해
오고간게 뼈에 사무친 거다. 이거 가볍게 보았다가 연애 4년차인 지금껏
쿠사리くさり를
듣곤 한다. 어쩌겠는가. 마음 넓은 내가 맞아줘야지. 퇴근시간이 산타모니카의 부유층
브런치
시간처럼 불규칙한 나로서는 간혹 일찍 끝날 때 기꺼이 그녀의 회사로
날라가곤
한다. 목적지는 센트럴에서 노원. 러닝타임은 40여분. 운이 좋으면 쓰뎅의자에 앉아갈
수도
있고.
About 5:25 P.M. SMS's.
- 두유해부더타임?
-
7시이후 프리.
- 내 지금 날아 간데이.
- 날긴 땅속으로
기어올거면서.
- 메타포이자, 나름의 유머에 딴지 걸기 금지.
- 일찍이면 털보고된이에 줄을 좀 서든가.
- 일찍이면? 일찍 도착하면이 아니고?
- 말줄임이자,
나름의 센스에 딴지 걸기 금지.
- 쳇. 따라하기는.

기다려라, 내가 간다!
나는
센트럴시티에서 장암행 드랍쉽을 탔다. 기관사가 중간에 알흠다운 승객과 사랑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6시10분즈음에 날 노원에 드랍해 줄 수 있을 터다.
청담에서
자리가
났다. 별로 앉고 싶지는 앉았지만 퇴근시간무렵이라 건대입구따위에서 전투적으로 지하철을 승차하는
저그들과
어깨싸움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순순히 앉았다. 둘째딸 학원비를 벌려고
동분서주했던
분주해던 피곤한 다리의 중년여성이 내 말을 들으면 몹시 기분이 상하겠지만
세상은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어깨싸움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도 지하철 자리를 탐할
때가
있는 법이다.
공교롭게도 청담에서 두 자리가 났기에 나와 나란하게 서 있던 안경 쓴 포니 테일의 이십대 여성과 역시 나란하게 앉게 되었다. 나는 예의 즐거운 소레기탄 들으며 우석훈이 쓴 씁쓸한 젊은 세대에 대한 경제적 접근서를 보고 있었다. 예의 포니 테일은 앉자 마자 자신의 경계를 어깨로 그어 나에게 암시를 주고나서 바로 곯아 떨어졌다. 전날 동이트도록 애인과 사랑을 나누었거나 (물론 나는 이렇게 믿고 싶었다) 아니면 밤새 밀린 미드를 봤던(이쪽일 확율이 압도적일지도 모르겠다!) 것일게다.
어쨌든, 포니테일은 새침하게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 후 잠이 들었다. 나는 스레기칸의 리듬이 가득한 헤드로 우석훈을 읽으며 이따금 손목시계를 보면서 예의 기관사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제 시간에 나를 모셔다 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나로말할것 같으면 암묵적인 방어선에 수긍하기를 꺼려하지
않는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녀가 넘지 말라고 그러 놓은 뵈지 않는
공간에
그어져 있는 라인을 침범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남자다. 나는 그저
정해진
시간동안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약속으로 존중받은 어떠한
가치를
삶은 문어다리를 초장에 발라 입에 넣는 것보다 높게 평가하는 인간이다.
나는
그녀의 바운더리를 지켜주기로 다짐했고 또 실천했다.
그러나 문제는
안경
쓴 포니테일이었다. 자면서 몸이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팔짱을 끼고 잠에
빠진
계집은 계속해서 무릎치기를 감행해 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테클이라고들
하는게지.
제길. 지가 먼저 보이지 않은 금을 그어 놓은 주제에 계속
내
영역에 들어와 오줌을 싸다니. 재섭써! 나는 투덜거리며 이 여자가 얼른
일어나
지네 집으로 사라지기를 기도하며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고 침을 반쯤 고인 입을 쭉
내밀고
늘어져자고 있는 지하철늘보의 어깨를 밀었다. 어울리지 않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안경넘어로
나를
쳐다보는 예의 포니테일. 나는 분명하고 또렷하지만 감기가 걸려서 조금 더
에코가
심해진 목소리로 시원하게 말해주었다.
"야, 금 넘지마!"
초등학교
시절이었으면
삼십센티자로
무릎을 후려쳤을텐데 조금 아쉽지만 하여튼 아주 후련하게
지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