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틸틸틸 - 내가 노원에서 자취할 때니까 적어도 1년전일듯.
내가 사준 니트와 남방을 입고 역시 내가 준비한
양배추롤을
만들고 있던 이 때의 틸사마 머리가 역대 헤어스타일 중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든다.
- 그 옷 기억나?
- 먼 옷?
- 옷들이 많아 장농이 주저앉을 정도니 알리가 있나.
- 야 넌
그 애 알아, 하면 이름 딱 떠오르니, 아무런 설명없이. 기막혀.
-
그런가? 그 왜 있잖아 군청색 브이넥 니트에 스트라이프 남방이 혼연일체가 된
우와기うわ-ぎ말야. 내가 고속터미날 상가에서 발품팔아 사준건데.
- 아. 그
옷. 그 옷이 왜?
- 그 옷 입고 새우양배추롤을 만들었잖아.
-
그랬나?
- 그랬지. 그 때 그 윗도리를 입고 양배추롤을 쌀 때
당신의 헤어스타일이 가장 멋졌어.
- 어떤 머리였더라.
- 어깨까지 내려왔지, 길이는.
그리고 파머머리.
- 아!
- 생각나?
- 응. 당신 말도 또렸하게
기억나 그 머리 했을 때.
- 그래? 뭐랬는데?
- 파머머리는 지나가는
개에게나 던져주라고 했었더랬지.
- 에에에에에에, 거짓말!
- 정말!
- 그럴리가.
-
난 여지껏 당신이 파머머리를 싫어하는 줄 알고 있었거든. 그 이후로.
애인의 머리가 해가 갈수록 짧아지니 파머머리도 감지덕지였는지, 아님 유독 그 때 그 미장원의 그 스타일리스트가
다진 그 머리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로서도 확답을 내 놓기는 쉽지 않다.
- 이제는 힘들겠지?
- 긴 머리?
- 응? 뭐
암튼 그런 머리.
- 아마도.
그런 것이다. 딱히 긴
생머리를
좋아하진 않았다. 두상에 맞는 헤어스타일이면 전성기때 시니이드 오코너 Sinead O'Connor
처럼
스킨헤드라도 좋은 법이다. 다만, 그저 지나간 그 세월이 아쉬울 뿐이다.
지나간
세월 속에 박제되어 있는 애인을 만나는 일은 그러므로 매번 새가슴의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녀를 찍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