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를 가다 9 - 에필로그

영화 2008/10/17 11:10 Posted by 버트

PIFF 2008 Epilogue

2008/10/4~10/5

놀거리
커플로 떠나는 국제영화제였기에 놀거리에 충실하기로 다짐했던 2008년이었다. 자주 갈 수 없다는 전제 하에(부산영화제 1빅2일은 전주영화제보다 경제적으로 손해다. 적어도 서울사는 사람에게는 그러하다!) 올 해는 특별히 태종대를 선택했다. (아마도 부산에 내려가기 전에 읽었던 깐느영화제 후기가 결정적이었나보다. 몬티카를로나 주변 풍광을 게을리 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는 뭐 그런!) 십수년만의 나들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잘 다듬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바다는 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해운대와 태종대는 바다색부터가 다르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

먹거리
이번에 책을 하나 준비했는데 그 책의 도움이 참 컸다. 역시 제 아무리 부산에 산다고 해도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욱 편리한 법이다. 더구나 타향출신자의 부산방문기에 책하나 옆구리에 끼고 돌아다닌다면 미아가 될 확율이 낮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번 1박2일은 특별히 틸사마를 모시고 행차하는 여행이었던지라 특히 먹을거리에 신경을 썼다. 명색이 타지역까지 행차하게 되는 거창한 데이트를 겸한 영화제 탐방이라서 더더욱 그럴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책을 분실하는 사태에 직면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럴 때 비계획성이 가져다 주는 복권식 식당 방문으로 철저한 계획이 가져다 줄수 없는 행운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즐거웠던 일이었다.
볼거리
영화는 출발 전에 가볍게 5편을 예약했었다. 프레스뺏지를 받게 되는 사실을 미리알수 있었으면 약간 조절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뭐한 달전부터 수선을 떨었기에 영화는 이미 정해져있었던것.그중 토요일 2회차 영화를 취소했다. 태종대와 해운대간의 거리를 생각해서였다. 그렇게 하고나니 일정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문제는 체력. 토요일 새벽녁에 호텔을 체크인하는 통에 일요일조조 영화를 포기해야 했다. 무리수를둘 경우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자친구의 습성을꽤뚫고 있어야 했다. (우리는 더이상 10대가 아니었기에!) 그래서 조촐하게 3편을 감상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여느영화제에서 10편을 보는 것보다 높았다! 럭키!
나는 올 해로 13년째를 맞이한 부산영화제를 작년, 그러니까 12회부터 연속 방문하게 되었다. 그 전에도 늘 동경에 마지않았지만 어쩐일인지 (친구가 잔뜩 살고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내려가는데 인색했다. 그것은 아마도 영화를 사랑하는 것에 비해 내가 가짐 게으름이 더욱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제를 방문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인데 참 쓸쓸하다. 낯선 도시는 나를 반겨주는 척만 하지 실제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그 낯선 도시에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낙인이 찍혀버리는 순간을 우리는 여행의 묘미라고 해석하며 자기 위로의 절정을 구가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낯선 도시를 방문했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곳은 내가 태어난 도시의 여느 동네만큼 정겨워진다. 급격히 도시가 친밀해지고 햇살또한 더없이 따스하다. 작년에 추웠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부산이 올 해는 오히려 더위를 느낄 정도였다. 그것은 변덕스러운 날씨의 변화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작은 손이 나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형, 나는 십년 뒤 전주에 내려갈 때 내 아이들과 동행할 겁니다." 재작년부터 나를 각종 영화제 단골로 만드는 데 기폭제detonator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골룸의 말이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솔직히 그러고 싶다. 그러나 내 인생에는 불행하게도 자식 운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 없음을 틸사마가 메워주고 있다. 나는 그 점이 늘  고맙다.

나는 십년 뒤 여전히 이 여자와 같이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를 잡아 이끄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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