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에 살때는 그래도 아파트인지라 배달을 선호했다. 배달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는 아파트라는 곳은 혼자 살아도 택배를 받아주는
시스템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자식들 이리저리 태우고 지그재그 카트라이더식 운전으로 플래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얌전하게 쇼핑을 하러
나온 자취족들의 뒤꿈치를 까대는 마트보다는
그 편이 편하다. 어느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배달 서비스는 그런 의미에서 내 수고를
덜어주기에 만족했던 것 같다. 더구나 이만원이상 시키면 배달료가 면제되는 것도 다행스럽다. 그래서 노원의 버트는 검색으로 장을
봤다. 요컨대 이런거다. 어라, 태국산 새우가 세일하네? 그래? 일단 지르고 보자. 클릭.
껍질 벗기고 내장 빼고
대가리
제거하고 찹을 쳤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는 찹을
chop을
치면서 고민. 준비된 것은 양배추와 두부. 그럼 양배추 쌈은 어때?
뭐
그런식. 그런 게 이른 바 혼자 살아가는 인간, 요리 준비의
모든
것. 이다. 틸의 퇴근 시간을 감안해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
이른 바 채우는 stuffed 요리의 비결은
결국
제 모양을 가진 재료를 부셔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새우살, 두부살, 약건의
향신채
그리고 소금? 그렇게 양배추롤 속을 준비했던 것 같다. (요리가 늘
즉흥적이라,
이른 바 레써피가 없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것이 오래된 요리라면
더더욱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것이다! 가끔 이 불친절한 블로그에 와서 레써피가 필요하다가
깽판을
놓는 젊은 부인들이 계신데, 깽판은 자제해 달라, 어차피 요리는 자신과
싸움이다!
참고로 저 정감있는 식칼은 만원짜리 싸구려임! 사실 이런 것 밖에
달리
설파할 건덕지가 없는 요리기도 하다!)
일찍 퇴근한 틸사마와 내가 삶거나 혹은 데친 앵배추 잎사귀로 정성껏
속을
포장했다. 그렇게 해서 먹을 만큼 (대개 양이 지나치게 많다. 확실히
나로선
요리할 때 인원수 조절이 가장 어렵다!) 함지박에 담아 보았다. 여기다
직화할테다!
스프가 중요한가? 일단 여기서
스프는
떠 먹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다면, 졸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스프의 풍미가
고스란히
삶은 양배추와 새우두부살로 전이되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재료부족으로 토마토소스를 만들수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스프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스프엔
가쯔오
부시로 맛을 낸 다시국물에 우스타소스와 소금 후추 그리고 미량의 서양
허브가
몇 종류 들어갔다. 내 기억으로 그것들은 아마도 바질과 오레가노가 아니었었나
싶다.
국물이 졸여지는 사이 비닐봉다리에
든
마트용 싸구려 조개 2봉을 활용해 적당히 클램 파스타와 샐러드를 만들어
두었다.
그 애들은 주인공이 아니니까 오늘은 양배추롤만 이야기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말이다.
그
사이 훌륭하게 앵배추롤이 완성되었다. 스프가 흡수되고 증발되고나니 썰물처럼 그 흔적만이
양배추에
화석처럼 새겨져 있었다.
제목답게
그럭저럭
완성된 디너. 이름하야, 양배추롤을 곁들인 클램 파스타 디너. 이름만 거창!
파하하하.
식탁을 보니 담백 그 자체다. 쥬스도 준비헸었네. 그러고보니. 뭐였더라. 이
쥬스의
정체는? (틸은 쥬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로지 식후에 커피! 으이그 커피귀신같으니라구!)
앗 절개씬도 연출해야지. 나이프로 배를
가르니
이처럼 생겨먹은 자태가 들어났다. 양배추와 색을 맞춘듯이 자연스럽다. 맛? 늘
그렇듯이
틸사마에게 문의 바란다. 그녀의 말이 늘 정답이니까! 적어도 내 알량한
음식들을
기꺼이 먹어주는 거의 유일한 피플이기에!
다음엔 좀 더 제대로
된
폴란드식 고기 양배추롤을 만들어 볼까도 싶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틸사마에게는 미안하지만
뭐.
(그냥 혼자 만들어 먹어? 큭. 그나저나 사진이 똑딱이 디카로 엉망진창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