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토모카즈, 오다기리죠 그리고 쿙쿙

물론 진지한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스크가 너무 쨍하기에 진진하게 지켜보자면 그의 연기가 아니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런 잘다져진 얼굴의 남자배우가 코미디를 소화해 내는 것이 훨씬 신선하다는 이야기다. 장동건이 코디미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확실히 그의 연기가 오다기리보다 떨어져서라기보다 아무도 그에게 코미디를 시키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순 망가져버리는 자신의 이미지에 거부할 권리를 행사하는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서태지가 말했듯이 일찍이 자신의 직업으로 무엇인가 성공을 거뭐쥐려고 한다면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뀌길 바라고만 있게" 된다. 이미지의 고착화는 배우에게 치명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다기리는 훨씬 유연하다. 다른 미남배우와 달리말이다. 그 점이 그를 보는 눈에 힘이 들어간 것을 완화시켜준다. (나로선 미남을 바라보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눈에 잔뜩 힘을 주게 되니까)

뜬금없는 것은 일본소설 그리고 자양분으로 모션픽쳐를 만들어가는 일본 영화계의 기본코스요리와도 같다. 별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본은 2억에 가까운 인구가 산다. 그럼에도 가장 획일적인 삶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벌어지는 별스러운 인간들의 등장들은. 맥가이버처럼 아님 김병지처럼 꽁지머리를 기르고 다니는 별스런 아자씨가 어느날 별볼일없는 룸펜 대학생을 습격한다. 돈 갚으라고. 그것도 별로 친하지 않는 가족의 빚이었다. 인간사회를 가볍게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채권과 채무의 세상이 아니던가. 그런 삶속에 이들이 채무와 채권을 상쇄해 나가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이른 바 도쿄산책. 채권자는 채무자가 빚을 갚고도 남을 돈을 건네주는 대신 그에게 며칠간 도쿄를 같이 산책하자고 권유(깡패들에겐 협박의 다른 말)한다. 채무자인 오다기리는 마다할 수 없는 좋은 조건. 그런데 왜? 그것도 남자끼리 가을이 점령한 도쿄를 산책해야 하는가?

나는 산책散策보다 산보散步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와냐하면 내가 알기로 광동어, 일어, 한국어만 놓고 볼때 (산뽀-의 )발음이 거의 같은 몇 안되는 단어다. (실재로 나는 홍콩인과 산보라는 단어를 써서 대화를 나눈적이 있고, 일본인이 산보라는 단어를 써서 대화를 완성해 나가는 것을 드라마로 보았다) 전 세계적인 범용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베네룩스 삼국과도 같은 이같은 닮은 점은 언어를 구사할 때 더욱 상대방을 친밀하게 끌어당겨주기 때문이다.

이들의 삼색 츄리닝만 봐도 즐겁다! 하하하

결국 산보도 그러한 것이다. 친밀함. 철학자들은 산보를 하며 머리를 맑게 하며 자신의 철학을 정리하는 일종의 명상효과를 기대했다면 우리들의 산보는 친밀함을 기대한다고도 말할수 있을 터. 둘이서 한 길을 나란히 걷는 행위는 그래서 예로부터 데이트의 기본중의 기본으로 손꼽혀 온 것일테다. 이 영화에서 산보는 결국 철저하게 타인으로 살아가는 서로를 묘하게 엮어내는 마술을 발휘한다. 오다기리와 일찍이 "시효경찰"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웃기지도 않으면서 웃긴다. 그것은 그들이 거리로 나가 산보를 하기 때문이지 수퍼 스텝룸에 앉아만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키시베상! 이 할아버지의 매력은 낮은 톤의 차분한 발음과 어딘지 얄미운 인상의 조화다!

실재로 배우인 키시베 잇토쿠를 거리에서 우연하게 보게되면 좋은 일이 생긴다. 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나는 실재로 이 키시베란 배우를 좋아한다. 굉장히 독특한 생김새에 차분한 대화체의 말투가 내가 봤던 수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그를 실재로 보면 괴연 좋은 일이 생길까? 정말로?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걸어야 한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것을 아시아의 베네룩스 삼국에서는 우아하게 산보라고 부른다. 산보를 하자. 마침 감이 익어가는 가을이다. 키시베 잇토쿠를 서울에서 볼 확율은 제로에 가깝지만 복주머니를 지붕에 단 개인택시를 볼 확율은 제로가 아닐지도 모른다.

가볍게 산책하듯이 보면 되는 그런 영화.

(중앙시네마 with TEAL sama)





뱀다리

많은 사람들이 우정출연하는데 그중에서도 아소 쿠미코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영화로 뭉친 하나의 가족이기도 하다! (아 그리고 알다시피 영화의 원제인 텐텐은 우리가 쓰는 전전轉轉과 같은 단어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라는 뜻의 전전이 일어로는 텐텐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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