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하순에 들린 평창동 키미KIMI다. 늘 그렇듯이 갈 곳을 정하면
(오늘은
평창동!) 동네 이름을 검색해서 갈만한 곳을 찾아낸다. 그리고 가 본다.
이
집도 그러한 검색대상이었다. 오전에 도착했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는
틸사마가 말레이지아에서 사다준 반소매 우와기를 입고 나왔다.
오늘의 사진은 아마도 대부분 틸사마가 찍었던 것
같다.
내 쓸데없는 잔소리를 들으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데 멋지더라. 그 방면으로
나갔어도
나쁘지 않았을듯. 나는 덕분에 필름 카메라를 들고 그녀를 위주로 사진을
찍었다.
아직 현상전이다. 현상하면 뭐 절망하겠지만서도.
메뉴 보는 틸. 오늘의 컨셉은 심플하다. 반 팔 티. 주머니가
웃긴다.
저 작은 새끼 주머니엔 라이터를 그리고 그 아래 큰 주머니엔
담배를?
참으로 체인스모커 다운 발상.
틸사마 앵벌이 시키듯.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나, 카메라 던져주고
안쪽
자리와 인테리어를 찍어오라고 명했다. 그리고 나와서 나를 찍는군. 내가 웃고
있네.
사진을 찍으며 늘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막상 찍히려니 엄청
부담스럽다.
그 이유는 하나, 비참한 내 몸매 때문인거다. 보고난 후 피플들이
일제히
살 좀 빼라고 할까봐 전신 사진이 나올경우 겁부터 더럭 난다.
이름이 기억 안난다.
틸에겐 암튼지간에 A세트를 시켜주었다. 구성은 과일요거트, 베이글, 아메리카노 한 잔이었던 듯. 가격이 쎄다. 브런치 메뉴 저리가라한 14000원쯤을 챙겼던 듯.
량이 적어서 약간 심술이 났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던 요거트. 혼자
살아가는
인간들, 이 때 아니면 언제 유산균을 발효시켜줄 수 있을까 싶어.
마구
퍼 먹었...
접시 이쁘다.
적당히
사용감이 묻어나는 것이 운치도 있다. 베이글의 종류는 블루베리였던 듯. 나야
플레인을
좋아하지만 틸사마는 블루베뤼 광팬인 것을. 그나저나 지난 일요일 에피소드 하나.
전날
피튀도록 전화로 싸운 후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요일에 조우한 두
남녀.
- 어머, 김밥 쌌어?
- 앗, 베이글 샌드위치 싸왔어?
욕심많은 버트씨 극장 순례를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마다 않고 두
편이나
예매를 해버렸다. 덕분에 싸온 샌드와 김밥은 영화보는 막간에 극장 테이블에
앉아서
해치울 수 밖에 없었다는.
틸이
싸온 베이글은 햄에그였다. 나는 특히 후라이에그가 들어간 샌드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게
말이지.
- 와~ 디게 질기다. 빵.
- 아침에 반을
갈라 토스터에 구웠던 것이라 그럴듯.
- 아이고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질겼나?
- 노인네 다됬네, 버트씨. 질기긴 맛만 좋구먼!
그런 대사를
주고
받았었다. 여기서 주제는 내가 늙었나? 이다. 이런 제길. 이제 구운
베이글
하나 씹기가 버거울정도로? 그렇게 늙었단 말인가? 하지만 갓 구운 베이글은
질기지
않다구! 그게 당신이 쿠킹호일에 싸오느라 수분을 흡수해서 질겨진거라구! 그러나 조만간
이의
전면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욕심많게도 나는 버터를 바른 위에 블루베리쨈까지 범벅을 해서 씹었다. 오묘한
맛.
갓 구운 베이글이라 질기진 않았었다! 확실히!
빵을 다 먹어가니 등장한 아메리카노. 별 모양의 커피잔이 멋지다!
아니
불가사린가? 아님, 꽃받침일지도 모른다. 잔을 보아하니 꽃봉우리의 형상인듯 하니 말이다.
그럼
이건 무슨 꽃? 커피를 잘보면 가온데 커피주름이 뵌다. 커피매냐들은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커피를 끓여야 하는 강한 충동을 느낄 터.
나로말할것 같으면 가난한 자. 연인에게 세트를
시켜줬으니
나는 가장 저렴한 것을 잡숴야 전체 코스트의 균형이 잡힐 터.
가장
싼 커피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에스프레소 샷. 빈 속인데. 식 전빵
하나,
그것도 반조각만 잡숫고 이 작은 카페인덩어리를 원 샷 하다니 이래도
빵구가
안난다면 내 위는 쇠로 만들어졌을 것!
내 컴퓨터 바탕화면 바탕화면의 세로버젼. 바탕화면이 되어주었던 가로사진은 인물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어 균형미가 살았었는데 이 세로 사진은 틸이 떡하니 중앙에서
폼을
잡고 앉았으니 어쩐지 불안하다.
카페에
연결되어있던 쇠줄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녀석. 이 시기가 아마도 잠자리들의
절정의
시기였을 터.
평창동은
좋은
동네다. 이런 동네에 와서 앉아 있다보니 마치 내가 이 동네에
일부가
된 느낌이 든다. 버스가 없어 공기도 좋다. 인간 친화적이다. 비탈이
많지만
덕분에 소음이 없다. 뒤에는 북한산이 아래는 홍제천이 있다. 말 그대로
배산임수다.
때돈을 벌어 서울서 살아야 한다면 나는 기필코 이곳에 둥지를 트리니.
(아니면
내 본적 또는 원적도 좋다! 그런 곳에서 한옥을 개조해서 카페라도
열고
싶은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