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사람들에게 과천은 어떤 곳일까. 나로선
과천은
오로지 서울대공원이 있는 지방도시로 기억된다. 그도그럴것이 과천에 서울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공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에 도대체가 잊혀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곳으로 나와 틸사마가 2005년 6월, 첫 소풍을 갔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녀는
눈이 부시도록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8월생이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녀는
정말 6월과 더 잘 어울렸다. 나는 서울대공원에 그녀를 초대했다. 그곳엔
작은
계곡이 있었다. 그 계곡 안쪽에는 내가 봐둔 몹시 근사한 장소였다.
우리는
리프트를 타고 동물원의 맨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동물들을 흝어보며 밑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수년전 부터 찜해 놓았던 조용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와, 이곳에 이렇게 조용한 장소가 있었구나!
그녀는 이렇게 감탄했었다. 정말로 조용한 곳이었다. 사람들은 주로 동물원에
처박혀
이곳을 알지 못한다. 어쨌든 입장료를 냈으니 뜨내기 아베크 족이나 유치원생들은
전부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희롱하며 하루를 보낼 태세였다. 나는 안심했다.
비밀의
계곡은 생각대로 조용하고 시원했다. 민소매 진 원피스를 입은 틸사마의 자태는
6월의
화창한 날씨처럼 몹시도 근사했다.
우리는 준비해 간 담요를 깔고
도시락을
천천히 먹었다. 그리고는 6월에 참 잘 어울리는 멋진 내 여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냇물소리가 흐르는 호젓한 계곡
안쪽에
우리를 방해하는 것은 다람쥐나 까치따위가 전부였다.
* * *
요새 카메라를 구입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따금 잠이 잘 오지 않는 늦은 저녁에 살금살금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 추억이 가득한 폴더를 연다. 오래된 폴더에 쌓인 먼지를 치워가며
4년전에
나를 좋아하기로 결심한 한 어떤 여자를 불러내 한 밤의 데이트를
즐기곤
한다. 그녀는 아직 30대였다. 그녀는 아직 나를 잘 몰랐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정말이지 나라는 인간를 사랑하려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철 없는 애어른인 나로서는 그게 앞으로 우리들의 인생에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