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나갔다가 먹을게 없어 그냥 들어왔다는 말을 할 레벨은 아직 아니다. 먹을 게 잔뜩인 동네다. 나가면 그래서 틸짜이즈씨 말대로 오까네가 수억깨진다. 제대로 쇼핑하고 제대로 잡숴주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간혹 아이쇼핑만 하고 전광수에서 커피 한 잔씩 들이키고 이곳같은 특색없어보이는듯한 한식집에서 한 끼를 때우면 주머니 부담이 덜한 편이다.
확실히 그런 식당이 세상엔 있다. 그곳에 식당이 있는데 뭔가 다른 메뉴를 골라 먼 곳에서 온 과객들은 평범을 거부한다. 간단한 한식을 파는 평범한 식당은 그런면에서 주말 데이트족에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껏 명동까지 나와서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종류를 또 섭취해야 할까. 그런 반복성에 치를 떠는 서민들에게는 이러한 메뉴들을 주종목으로 하는 식당은 명동이라는 네임벨류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곳에도 그런 메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가끔은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반찬을 한 번 쭉 흝어 봐라. 나름 깔끔하고 신경을 제법 썼다. 김치를 볶아서 나온 것 하며 달걀을 조려서 반을 가른 것, 오징어채 볶음과 마른 새우 마늘쫑역시 깔쌈하다. 밥만 100% 흰 쌀로 짓지 않았다면 기립박수를 받을 뻔 했던 식당이 아닌가 싶다!
틸사마를 위한 삼치구이. 알텐데로 잘 구워져 나왔다. 씹으면 똑 하고 터질것만 같은 삼치구이. 생선구이는 역시 접시를 뛰어 넘어서 누워 있어야 눈에 확 들어온다. 마치 205센티의 장신 농구선수 서장훈이 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아닌가. 그럼으로서 아 나는 제법 큰 생선을 잡숫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렇듯 안심하고 식사를 하게될 때 손님은 본전을 생각하지 않는 법이다.
내가 시킨 제육볶음. 분식 스타일의 가벼운 한식집에서 가장 남자들에게 어필하는 점심 메뉴중 하나다. 내가 자주 가는 점심 식당엔 많은 수의 넥타이들이 서슴없이 제육을 시킨다. 나? 물론 나는 안시킨다. 제육이 대세인 내 단골 점심식당에 돼지고기는 어찌나 작게 썰어 볶아 내는지 젓가락을 하기가 짜증 날 정도다. 그런데 이곳은 어떤가. 일단 괴기가 젓가락의 액션 범위를 가뿐히 포괄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뭐랄까 한 입 크기랄까? 정말 내 단골 점심 식당풍의 제육은 포도씨만한 고기들에 향연이었다면 이 집은 크기가 일단 나를 안심시킨다. 끝으로 깨소금을 자제한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내 큰 엉덩이를 들어올려가며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저지 차림에 자신이 좋아하는 패딩조끼를 걸친 틸짜이즈씨가 후덕한 마음으로 계산을 끝마치고 밖으로 나오시는 중. 이곳은 평범한 사람끼리 평범한 식당을 찾아 평범한 음식을 시켜 평범한 한 끼를 때우기 위한 명소로 인정될 만한 곳이다. 지금보는 틸사마의 오른손 대각선 방향으로 그 유명한 곰탕집 하동관이 있다. 얼마 전에 하동관에서 만원짜리 특곰탕을 드신 후, 더욱 이곳 민속촌에 대한 집요한(?) 애착이 생긴 나 아니던가.
기본에 충실한 깔끔한 식당이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