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팔년이 거의 소진될 무렵의 어느 날 틸사마가 내게 말했다. 우리 새해는 시골에서 단 둘이 맞이하자. 라고. 두 유 가이스 퍼킹 빌립 디스 어메이징 띵? 사귀면서 4번의 새해를 맞이했지만 우리는 늘 각자였다. 나는 삼십대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그녀는 사십줄에 접어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제대로된 종합검진을 받을 나이가 되었던 것이다. 붐!

- 시골이야.
- 알아.
- 우리 둘만 있는 곳이지.
- 안다니까.
- 내가 맛있는 떡볶기를 만들어 줄게.
- 정말?
- 응.

공돌이들은 정시출근해서 정오에 모두 퇴근했지만 보스의 빌어먹을 퍼킹 어시스턴트인 나는 해가 지고서야 2008년의 모든 일과가 끝이 났다. 그리고 달렸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망월사역으로 그리고 또 달렸다. 우리를 재워줄 써머하우스가 있는 경기도 어느 시골로.


틸사마 모친풍의 김치소시지떡볶기

재료

쫄깃한 상태의 쌀떡 두 줌
  콘킹 3-4개 술라이스
맛있는 김치 반포기 찹
  고춧가루 2 밥숟가락
설탕 2 밥숟가락
L글루민산나트륨 쬐끔
워터 또는 육수 반 컵

연장

후라잉팬
접시
나무주걱 따위

미니 뚝배기 오뎅탕을 끓였는데 그것은 수다로 인그리안트를 설명할테니 그리 알라.






올 해 틸사마의 어머니가 담구신 김장은 DIOS의 스탠드형 김치 냉장고에 가득했다. 그것들중 한 포기를 내와 내 나이만큼은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나무 도마에 조각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카메라에 40mm 렌즈를 장착하고 화이트 발란스를 오토로 돌렸다. 노란끼가 심하긴 해도 억지로 끼워맞춘 빛 균형은 오히려 그날의 분위기를 조작하는 듯하는 싫었기 때문이다.





아이 럽 디스 올드 후라잉 팬!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후라잉 팬이 반갑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나 같은 자취남은 이런 때 묻은 키친 이큅먼츠들과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게 문제다.





미리 녹여 놓은 콘킹이 사선으로 슬라이싱되어 나가고 있다. 틸사마의 왼속 약지를 밝히는 링은 내 오른손에도 끼워져 있다. 그렇다. 만난지 보름만에 내가 선물한 일종의 커플링이다. 하핫.





들기름이다. 이 둘을 들기름에다 볶는게 포인트라고 역설하던 틸. 틸은 내 앞에서 요리하면서 다소 긴장해 있었다. 누군들 안그러겠는가. 남자가 요리에 경력이 있다면 아마츄어들은 다들 긴장하게 마련이다. 껄껄. (하지만 난 그닥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내 요리를 도와줄 때만 가차없이 나무라지만 누군가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 줄 때는 군말이 필요없다고 생각한지가 오래다. 이른 바 똥오줌은 구별할 줄 안다. 이래뵈도)





육수나 물을 넣는다. 자작하게. 아마도 김치볶음식으로 생각하면 무난할듯. 호.





자작했던 육수가 끓차 가차없이 쫄깃한 가래떡을 투하하는 틸. 아마도 이 가래떡은 틸사마의 모친께서 직접 쌀을 머리에 이고 가신 후 맞추신 방앗간표일 듯.





디쥬 씨 도오스 스파이쓰? 고춧가루다. 역시 고춧가루도 베란다에 늘어 말리던 태양초를 방앗간에 짊어 지고 가셔서 빻아 오셨던 그것! 푸어 올개닉? 후 노우스! 하지만 열라 맵고 상쾌한 맛!





황설탕을 한 두 스푼쯤 뿌려대더라. 달게 먹는 인간들은 한 봉지째 넣고 끓여도 무방. 경우에 따라서는 팔성사이다를 넣는지 취향대로!





막간 요리의 최고봉(?) 버트씨가 그냥 서서 사진찍는게 무안해졌다. 역시 멀티태스킹만이 살 길. 지루하지도 않거니와. 틸사마 어머니가 떡볶기 해먹는다니 슬쩍 챙겨주신 오뎅들이 불쌍했다. 왜냐고? 틸은 자신의 떡볶기에 오뎅이 필요없다고 선언했거든. 나는 편수냄비를 올리고 물을 끓였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져 맛 좋은 국멸치 12마리를 엄선 투하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공언해왔던 틸사마표 떡볶기에 관심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메인 디쉬의 사진도 쉬지 않고 찍어댈 것이다. 자 보라, 제법 잘 익어가지 않는가?





어이쿠, 멸치들이 죽어서도 열탕에서 유영을 하네. 비린내는 질색이다. 끓는물에 넣은지 4분이나 되었을까 나는 녀석들을 재빨리 구조했다. 행온 버디! 아임 커밍~ 히히히





사진기를 들고 있었기에 멸치들이 때를 불린 육수에 오뎅을 썰어 넣을 수가 없었다. 해서 가위로 대강 스사삭 풍덩. 콘킹도 굴러다니네 너도 이리와 스스삭 풍당. 이제 네 놈들이 때를 불릴 차례닷!





앗앗앗. 그 사이 떡볶기가 완성되어 접시에 담아내는 틸사마. 오오오. 스멜스 구우우우웅웃! 좋다. 정말. 접시는 내가 고른 것. 도자기 스타일? 아님 꽃 무늬 스타일? 하고 틸이 묻길래 이것을 선택한 나.





와우. 비쥬얼을 위해서 깨소금을 떡볶기 산의 정상에만 아주 극미하게 도핑할 것을 틸에게 종용. 어울릴까? 쉬 새드. 벗 아이 새드. 깨소금이 서운할테니 정상만 아주 조금. 뭐 괜찮겠지.





이른 바 화이트 발란스를 맞추어 보며 찍어 본 샷. 너희들은 어떤 떡볶기가 더 먹음직스러운가. 지금껏 보던 노란끼 가득한 것들? 아니면 지금 보너스샷으로 살짝 구겨넣은 빛균형에 둘러싼 떡볶기?





국물색 봐라. 제길. 말린 생선 육수에 밀가루 듬뿍 들어간 어묵 그리고 쏘시지 조각 넣었을 뿐인데 색이 어쩜 저렇게 라이트 브라운의 짙음을 뽐 낼수가 있단 말인가. 맛? 간장과 후추 엘글루를 좀 첨가했다.





틸사마가 절대 망가진 자신의 연말 모습을 팬들에게 서비스하지 말라고 협박에 협박을 거듭했기에 1/10만 맛뵈기(?)로 출연시킬 수 밖에 없었다. 식탁의 특징? 멀리 향나무 가지들에 휘둘린 초들이 보이는가? 성탄을 준비하던 축제기간인 대림절 기념초들이다!





틸은 같은 컴퍼니가 구운 작은 도자기에 각자 덜어먹잔다. 나는 싫어잉. 나는 메인 접시에 바로 젓가락질 할래. 해 줬다. 조금씩 덜어 먹는게 품위있지만 이 집은 시골집이라 윗풍이 엄청나다. 재들을 잘게 쪼개면 금방 식는다. 나는 절대로 쪽파와 식어빠진 떡볶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니 오해없길.

틸은 자신의 떡볶기가 예수의 부활을 믿는 자신의 어머니에서 전수되었음을 시인했다. 내가 캐물었거든. 어쨌거나 이 음식은 토속적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단어인 팬시 fancy 하지 않지만 무어랄까 포근하달까 cozy 그래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늑한. 나는 잠시 잠깐 일년의 끝에 서서 내가 결혼한 행복한 남자의 모습을 꿈꾼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특식을 해서 나를 위해 식탁을 차려주는 그런 장면 말이다. 영화를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평생을 묻혀살면서 늘 봐오고 또 그렇게 익숙한 장면이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을 사랑했다. 그녀는 내 아내가 아니지만 나는 이 순간 사랑받는 그녀의 남편일수가 있음을 하느님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느님 늘 그렇지만 제 거지같은 인생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여세를 몰아 다가오는 2009년에도 사랑하는 내 최고의, 유일무이의 사랑 틸사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음식을 아주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먹을 수 있게 우리를 지금처럼 사랑하게 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God bless all and H A P P Y  N E Y E A R !





태그 : 김치떡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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