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김치떡볶기를 맛있게 먹으며 그녀와 함께 2년 연속
활기찬
새해를 맞이한 나. 올 해는 작년과 다르다. 공기도 다르고 경치도
다르다.
시골이니까. 난생 처음 큰 화면의 티비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베토벤의 9번을
듣느라
새벽잠을 반납한 내가 채 4시간도 못자고 자리를 박차며 격정적으로 눈을
뜬
이유는 모처럼의 오봇한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또 언제
이렇게
같이 새해속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미래는 나의 편만은 아니다. 현재를 놓치고 마냥 후회했던게 내 인생의
절반도
넘는다. 나는 그녀를 깨우며 부산을 떨었다. 이불을 개고, 양치를 하고,
가볍게
집 주위를 돌았다. 흰 입김이 얼어붙을것 같은 차고 상쾌한 아침이었다.
그녀는
뒷산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아침을 준비했다. 다행히 써머하우스의 냉장고는 가득차있었다.
틸은
집에서 가지고 온 전광수를 내게 던져주며 두 잔을 만들도록 격려했다.
내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는 베이컨을 바삭하게 굽고, 녀석이 흘린 흥건한
기름에
콘킹과 달걀을 구웠다. 나는 코스코표 베이글을 2개를 3등분씩 6조각을 내
토스터에
구워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바삭하게 구워 씹으면 아삭하고
소리를
내는 잘 구워진 베이컨과 함께 먹었다. 맛있었다. 이 장면은 몹시도
내가
바라던 아침 풍경기도 했다. 그와 둘이서 커피를 끓이고 햄과 에그를
굽고
빵에 치즈를 발라 오손도손 씹어 먹으며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는 것.
정말로
우리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한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이
세상을 살면서 배운 유일한 한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걱정을 지나가는 동네개에게
던져주고
뜨거운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휴일의 아침. 나는 일년간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어깨근육을 최대한 이완시키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이 휴식이 좀 더
내
인생에 자주 일어나길 바라며 거실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양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이 머금은 꽃봉우리를 보며 새 해에는 무엇인가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에 부풀어 오른 가슴을 천천히 쓸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