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다 알다시피
오늘은 ‘멋쟁이’ 버트의 생일입니다.
히히히.
특히, 그냥 버트의 생일입니다. 라고 말하면 곤란해요.
‘멋쟁이’가 주제입니다.
버트는 기본이지요.
히히히.
서른이 넘고 나서 나는 매년 생일만 되면
상당히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잖아요.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지요.
저처럼 아무것도 하는 것 없는
이른 바,
덧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생들에게는 더더욱 말입니다.
동시에,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자각하는 날이 일년 중에
단 하루인 게 안심이 되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죠?
한 달마다 생일이 돌아와,
일년에 12살씩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3년 전 상하이에서 먹었던 미꾸라지 샤브샤브가
아직도 위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곤란하단 말이죠.
그런 의미로 신경이 날카로웠는지도 모릅니다.
요컨대, 핑계죠.
매년 생일만 되면 기분이 급전직하는 까닭 말입니다.
미역국의 부재나,
동그랑땡의 향기가 전무하다고 해서,
또는, 새로운 소니의 새로운 Gear인 PSP를 받고 싶어서,
앙탈을 부릴 나이는 분명 지났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앙탈을 부릴 나이가 지나고 나니까
어릴 때 때를 쓰던 것만큼의 뭔가가 굉장히 그리워졌습니다.
앉아서 다리를 번가라 밖으로 뻗어가며
울며 불며 생일을 맞이했던 어린 날은 아니었습니다만,
뭐랄까, 그럴 수도 있는 여건이 주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생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물구나무를 서서 오줌을 싼다거나,
좌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면서 샤워를 한다거나,
밥상에 고양이를 올려놓고 당수를 이마를 내리친다거나 해서
달라질게 한 개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서른 넘은 남자의 생일의 현실이자,
앙탈을 부릴 나이가 지난 철 없는 아저씨의 안타까움이지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신물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라면에 밥 말아서 후루룩 마시고
이 닦고 신발신고 출근하면 그만인 겁니다.
그런 삶이죠.
서른 넘은 아저씨의 싱글 라이프 말입니다.
아쉽거나
별반 놀랍지 않은 삶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생일이라 하고 떡하니 축하를 받는 자리에
앉아 있게 되면 말이죠.
뭐랄까.
딱딱해져요.
머릿속이
신경이.
뉴우런들이 부동자세로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는 것 같아요.
신경이 굳어요.
앙탈이 부리고 싶어 미칠 것 같아요.
왜죠?
아직 나는 어리고 못돼 쳐먹은 녀석일 뿐인가요?
아니면 정신 나간 삼십 넘은 아저씨일 뿐인가요.
아니요.
대답하지 마세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신경 쓸 것 없습니다.
두산 베어스가 8연패에서 벗어났고,
안정환이 프랑스에 진출했으며,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몹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다 잘 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뭐,
저도 잘 되겠죠.
그죠?
그런 이야기입니다.
생일은 그런 의미를 내게 안겨준다는 그런 이야기.
재미없지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시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생일에 대한 버트의 짧은 생각입니다.
자,
그럼 저는 커피를 마저 마시겠습니다.
여러분은 삼삼칠 박수를 세 번 되풀이 치면서
버트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그리고, 자신의 일로 복귀해 주시기 바랍니다.
버트 ::: 2005년의 생일날 오후.
* * *
그리고, 딱 1년이 지난 2006년의 생일날 서울의 오후는 잠수중!
장마에 태어난 죄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생일날 맑은 하늘을 기대하는 것은
갖고 싶은 생일 선물만큼 손에 넣기 힘든 법.
신용카드 회사에서 두 건의 축하 SMS.
두산베어스 프로야구단의 생일 축하 할인 쿠폰 메일.
미쳐 준비하지 못하는 장보기.
생일상을 직접 차리는 분주함.
좀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슈만의 34분짜리 소나타.
생일 전야의 기분 좋음을 상징하는 SKYY VODKA의 코발트 블루빛 잔.
아직 생존을 보고 하지 않은 핸드폰의 침묵.
잠에 취한 봉순이와 강냉이.
비교적 쓸쓸한 날이 될 것 같은 생일 날 오후의 공상.
그리고, 결코 반갑지 않은 신용카드 청구서의 압박.
이것은 35살 생일을 맞는 노총각의 궁상.
버트 ::: 2006년의 생일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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