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한 다발

일쌍 2006/07/14 12:40 Posted by 버트


아침이다.
요즘 생일 주간이라,
한 주에 벌써 두 차례나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다.
목이 마르다.
화장실도 가고 싶다.
아침인데,
아직 술이 덜 깨어 있는 나.
그녀가 사다 주던 비타500이 그립다.
아니 그녀가 그립다.
그녀는 무엇을 할까.
곰곰이 생각한다.
턱을 괴고.
눈을 감는다.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말랑 말랑.
아, 참겠다.
벌떡 일어난다.
부스럭 부스럭.
부팅을 한다.
두 시간 동안을 고민하다가,
결국 노란 녀석이 듬뿍 든 바구니를 고른다.
은근히 웃음이 나온다.
전화가 온다.
어라?
그녀는 기운이 없다.

-    안녕.
-    안녕.
-    기운이 없네?
-    아니? 기운 철철 나.
-    에이, 전혀 아닌데. 왜 어디 아파?
-    아니래두.
-    에이.
-    목소리가 너~~~~~~무 기운 없어 보여.
-    사실 출근 전에 힘들더라.

그렇지.

버트의 생일 주간을 빛내주기 위해
3일 연속 놀아준 그녀가 아닌가.
기운이 없는 너의 목소리,
기운 없는 서울의 풍경.
기운 없는 고양이의 울음.
기운 없는 나.
기운은 전염된다.
안티 기운이 필요해.
백신도착 4시간 전.

-    통화 중?
-    일 안 해?
-    안녕하세요.
-    거봐 바쁘네, 전화 들고 인사하고.
-    응?
-    나중에 전화해.
-    응?
-    조금 한가해지면 말이야.
-    응.

목소리가 기운차다.

4시간 만에 극적으로 부활한 그녀.
언제 기분이 다운되었던가 싶다.
금새 랄라라라 모드다.
놀랍지만 당연한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을 놀래키길 좋아한다.
놀래킴은 당하는 쪽은 순간 당황하긴 하지만,

곧 굉장히 기쁠 것이기에,
놀래킴을 연구라는 시간이 한 개도 아깝지 않다.
그렇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 웃음이 한 가득이다.
기운 넘치는 너의 목소리.
기운 넘치는 서울의 화사함.
기운 넘치는 냐용이의 기지개.
그리고,
덕분에 기운이 샘솟는 나.
이렇듯,
기운은 늘 전염된다.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늘.






버트 ::: 요즘 힘든 그녀를 위해 2005년의 감정을 열심히 리플레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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