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넘버 슬레븐을 보다

영화 2006/07/19 14:40 Posted by 버트

LUCKY NUMBER SLEVIN (2006)



첨 이십분은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고, 중반은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그리고, 반전을 위한 마지막은 솔직히 놀라웠지만 재미있지는 않았다. '캔자스 시티 셔플'에 관한 괴담을 대합실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아주 근사하다. 또한, 루시 리우와 조쉬 하트넷과의 얼렁뚱땅 로맨스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브루스 윌리스다. 1996년 월터 힐이 만든 라스트맨 스탠딩에서 이미 스스로 창조했던 시니컬 킬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그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언듯 그럴듯한 캐스팅 같아도 솔직히 가장 무난한 캐스팅을 빙자한 지겨운 짜깁기가 되고 말았다. 그가 맡은 역할만 더 신선한 피쉬fish가 열연했다면 아주 즐거운 영화가 될 뻔도 했다.

알다시피,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흠집내는 짓거리는 신물이 난다. 그도 그럴것이 결국 오락영화를 보러간 인간이 오락樂을 느끼면 그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토하는 까닭은 역시 아쉽기 때문이다. 가이 리치가 선보였던 엉망으로 꼬인 매듭을 절묘하게 푸는 센스가 결국은 시시하게 끝나버린 것은 아마도 복수를 집행하는 방식이 함무라비 법전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참하게 죽었던 애비의 복수로 수십년간 반드시 칼만 갈아서 사용하는 것은 낡은 복수방법이기 때문이다. 좀 더 손에 피가 배지 않는 고차원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면 박수가 더욱 소리 높혀 극장안을 메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복수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잔인을 잔인으로 되갚는 박찬욱식 복수법만 되풀이되고 그러한 장면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것이라고 관객을 세뇌하는 방식은 이제 서서히 종식되어야 마땅하다. 누가 어떻게 해치운 것인지 관객만 알정도로 근사한 머리 좋고 평화로운 영화가 나올 시기가 되었다. 살점이 튀고 유혈이 낭자한 복수극은 영웅본색을 끝으로 솔직히 지겨울 따름이다. 누가 뭐라해도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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